2009년 12월 29일 화요일

바람 그리고 겨울

바람
봄, 여름, 가을, 겨울
산과 들, 강과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

아,
꽃과 나비를 만나게 해주는 봄바람
수고의 땀을 씻어주는 여름바람
보람에 가슴설레이는 울그락불그락 가을바람

그리고
추운 겨울바람...

허나
죽은 척 휴식하는 겨울이 없다면
어찌
아름다운 새싻을 볼 수 있을까
향기로운 봄을 만날 수 있을까

오늘 깨달은 것

내밀지 않은 손에
반가움이 있을 리 없으려니

감고 있는 눈에
희망이 보일 리 없으려니

발자국이 없는 곳에
추억이 있을 리 없으려니

안개 자욱한 새벽을 뚫고
그여이
내게로 다가온 한 빛

나를 깨워, 나를 일구어
주어진 한날 동안
길을 가게하고 있거니와

2009년 12월 16일 수요일

사랑과 눈물 그리고 하나님의 꿈

1.
나의 고난 속에
하나님의 섭리하심이 있었습니다
나의 눈물 속에
하나님의 사랑이 있었습니다

찬 바람 부는 광야에는
나를 향한
하나님의 꿈이 있었습니다

고난 속에 뿌린 씨앗과
눈물로 자란 생명은
하늘로 달려가고 있었습니다
찌는 듯한 태양과
비바람 눈보라를 무릅쓰고
하늘로 달려가고 있었습니다

언제인가
주님 보좌 앞에 놓인 금대접에는
주님을 향한 나의 고백과 나를 향한 주님의 눈물이
가득 담겨져 있을 것입니다

2.

나를 향하신 하나님의 꿈은
용감하게 세상을 정복해 나아가는
나의 모습을 보는 것이었습니다

햇님의 귀띔

비가 오는 날에도
눈이 오는 날에도
바람이 부는 날에도

햇님은 여전히
나를 찾아와

탁 트인 일망무제
하늘의 광활함을 보여주고
변화무쌍한 인간의 마음처럼
매일 새 옷을 입고 나타나는 땅의 모습을
살짝 귀띔해주곤 한다

2009년 11월 13일 금요일

가을 흙의 독백

듣는 귀 활짝 열어 하늘가에 내 걸고
숨죽여 낙엽 지는 소리를 가슴에 담았다

생각을 멈추면 현상이 보일까 하여
겨울 잠 준비하는 흙에 누워 흙처럼 기다렸다

매서운 바람 소리
그리고 가랑잎 소리


나는 지금 어디에 있는 것인가
나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일까

2009년 10월 31일 토요일

晩秋 隨想

농익은 가을
가슴을 열고 들어와
두리번두리번 가을걷이를 찾는다

고통과 고난과 눈물이 없는 곳에
열매가 있을 리 없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심술궂게
이곳저곳을 쑤셔보면서 아쉬워하고 있다
숲속의 바람소리처럼
한숨소리만 가득한 그 가슴 속에서


슬픈 자가 없으면 슬픔이 없는 것을
우는 자가 없으면 눈물이 없는 것을
고통 받는 자가 없으면 고통이 없는 것을
고난당하는 자가 없으면 고난이 없는 것을

동이 틀 때
서산에 지는 해를 생각하는 이 없고
서산에 해가 질 때
동녘의 아침 해를 생각하는 이 없고

가을 낙엽

가로수에서 내려앉은 가을 낙엽들
길가는 나에게 묻고 있다
어디로 가고 있나요?

가로수에서 내려앉은 가을 낙엽들
손짓발짓하면서 이야기를 전해준다
무슨 말인지 아시겠어요?

가로수에서 내려앉은 가을 낙엽 하나
내 발자국 되어 나를 따라온다
크게 소리를 지르면서

세월

세월은 흘러 어디로 갈까
영원으로 갈까

아니
추억 속으로 사라질 터이지

흐르는 세월 잠시 붙들어
물어보고 싶은 것 많은데

보이는 것은 언제나
세월의 그림자 뿐


세월의 끝에서 기다리고 있는
우리 주님의 또 다른 십자가여

2009년 10월 17일 토요일

주님의 손

축 늘어진 어깨를 만지는 따듯한 손
언제나 손잡아 일으켜는 아름다운 손

저 아래로 떨어져간 나의 마음을
다시 주워 나에게 돌려주곤 하는 손

아무도 모르게 흘린 눈물방울을
곱게 담아 나에게 돌려주곤 하는 손

검은 생각이 머리에 차오를 때면
힘차게 내 머리를 쳐서 깨우쳐 주는 손

거룩하고 고마운
우리 주님의 은혜로운 손

2009년 10월 13일 화요일

십자가 앞에 나아가

십자가 앞에 나아가
겸손히 무릎꿇고 바라보았다

내 영혼이 십자가 안으로 들어설때
나는 문 밖에서 기도하고 있었다

눈물로 쩔은 눈에
십자가가 닥아오고 있었다

내 온 몸을 덮은 십자가는
나 자신이 되어
내 안에서 나를 다스리기 시작했다

십자가 안에 내가 있고
내 안에 십자가가 있고

주님은 함께 눈물을 흘리셨다
그리고 함께 찬양을 하시었다

저 높은 곳을 향하여 달려가고 있는
나와 나의 영혼을 위하여

2009년 10월 11일 일요일

간증

모른 척
늘 내 안에 계신 분

모른 척
늘 나와 동행 하시는 분

모른 척
늘 함께 울어주시는 분


모른 척 할 수 없는
너무나 뜨거운 그분의 마음

그리고 ..........

가을 뻐꾸기

망녕난 가을 뻐꾸기
숲도 아닌 곳에서 뻐꾹거린다

가을 찬 바람이 불기 시작했는데
어쩌잔 말인가

뻐꾹 뻐꾹 마음을 두드리는가
내 귀에는 여전 딸꾹질 소리같네

무엇에 놀래서
저리도 뻐꾹거리는 것일까

가을 낙엽

낙엽이 길가에 내려앉은 후에야
비로소 가을을 깨닫는다

가을 한 잎 손바닥에 놓고
들여다보니

더 아름다워진 비둘기와
더 높이 올라간 파아란 하늘

다른 한 잎 주워
윗주머니에 갈무리하려니
가을아가씨 내 귀에 속삭인다

가을이 익어가고 있어요
가을이 익어가고 있어요

2009년 10월 9일 금요일

봄은 내 기억 속에 있다

봄은 내 기억 속에 있다
여름은 내 아쉬움 속에 있다

가을걷이를 참견하는 추석 보름달같은
그런 둥근 겨울을 기다려 보고 싶어라

가을은 내 발걸음에 있다
겨울은 아직 내 마음 속에 있다

어두운 밤 기억을 더듬어
봄의 향기를 뿌려본다

여름의 아쉬움
그 뜨거웠던 사랑을 그리워하면서

2009년 10월 7일 수요일

수고와 고난

비젼을 향한 어려움은 수고의 한 자락이지만
비젼이 없는 어려움은 고난의 한 토막일 뿐이다

의로운 인생길 욥의 고난은
수고인가 고난인가

생각하고 또 생각해보아도
답이 없는 것은
수고인가 고난인가

하나님을 만나려는 어려움은
수고인가 고난인가

용서와 사랑, 희생과 봉사
주님이 가르쳐주신 하늘가는 계단이여

아! 나는 지금
야곱의 벧엘에 도착한 것일까

2009.10.07.

가을걷이

아침 해가 동창을 두드리며
가을걷이를 재촉한다

무엇을 거둘 것인가

믿음의 열매를 찾았다
전부 시들고 병들었다
아직도 덜 익어 나무에 달려있다

소망의 열매를 찾았다
예수님이 심어주신 포도나무 한 그루
추수를 기다리고 있다

사랑의 열매를 찾았다
오미자의 열매처럼 자그마한 붉은 부스러기들
주어 담을 것이 없다

무엇을 거둘 것인가
가을 해는 내 온몸과 마음을 두드리며
가을걷이를 재촉하고 있다

2009.10.05.

추석을 기다리는 마음

들바람이 옷깃을 여미게 하는 계절
들 한가운데로 나아가 귀를 기울여 본다

달빛이 밭고랑을 두드리는 소리
고랑을 지나 이랑에 오르는 소리


달을 보는 이들의 가슴마다에 새겨진
둥그스럼한 마음들

달의 마음
달을 보는 이들의 마음

2009.10.02.

나의 사다리

사다리 몇 계단 째인가

그날 그 밤
울며울며 후회하며 회개하던 밤
오르기 시작한 하늘가는 거룩한 그 계단

강같이 흐르던 회한의 눈물
파인 작은 웅덩이가
바로 나의 벧엘이어라

아직도 눈물 흘리며 오르고 있는 이 길
지금 몇 번째 계단일까

지쳐 포기하고 싶을 때마다
나를 이끌어주는 이 힘

아 일평생 나와 동행하시는
주님의 그 사랑이여

2009.09.28.

친구의 얼굴

가을에 만난 친구 얼굴에
꽃을 심고 싶다

하얗게 센 머리털
뭉텅 뽑혀져나간 수풀
늘어진 볼따구니

모두 다 쟁기로 갈아엎고
개나리와 진달래
그리고 봉숭아를 심고 싶다

둥그렇고 통통하고 귀여운
12살 소년의 얼굴이여

고희를 넘겨버린
그러나 넉넉한 친구들의 모습아

2009.09.26.

숲속에서

깊은 숲속 오솔길에는
정다운 햇살이 비취이고 있었다
나무등걸에 걸터앉아
소원을 올리고 있는 아름다운 마음들에게

깊은 숲속 나뭇잎에는
맑은 생명수가 강같이 흐르고 있었다
하늘 향해 울부짖는
애타는 마음들이 뿌려놓은 아름다운 눈물방울처럼

깊은 숲속 나무와 이야기해보면
하늘 바람이 불때만 우수수 속삭인다
그렇군요 그렇군요
어떻게하면 좋아요

숲속은 그 깊이만큼 조용하다
숲속은 그 나이만큼 묵직하다
숲속은 숲을 찾는 이의 마음만큼 아름답다

2009.09.23.

교회 가는 길

높은 하늘에 떠있는 뭉게구름에
내 소원 몇개 꼬리표 달아 매달고는
찬송하고 기도하며 예배를 드리었다

그래서일까
뜨거운 눈물로 주님의 얼굴을 더럽히고 말았다

언제나 문 앞에서 망설이고 있는 나에게
손잡아 이끄시는 주님의 그 따듯한 손

아 나는 평생토록 길을 걷고 있었다
주님이 계신 교회 가는 길을

2009.09.20.

교회 가는 길

높은 하늘에 떠있는 뭉게구름에
내 소원 몇개 꼬리표 달아 매달고는
찬송하고 기도하며 예배를 드리었다

그래서일까
뜨거운 눈물로 주님의 얼굴을 더럽히고 말았다

언제나 문 앞에서 망설이고 있는 나에게
손잡아 이끄시는 주님의 그 따듯한 손

아 나는 평생토록 길을 걷고 있었다
주님이 계신 교회 가는 길을

2009.09.20.

기다림 그리고 고마움

동녘에 아침해가 떠오르는 것은
해를 기다리는 사람이 있어서이다
저녁에 해가 내려오는 것은
해의 고마움을 생각하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오늘도 동녘에 해가 다시 떠오른 것은
그를 기다리는 간절함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여
오늘도 밝은 해는 비취리라
그의 고마움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남아있기까지는

2009.09.19.

2009년 9월 18일 금요일

가을을 맞이하며

귀뚜라미 소리가 그리워지는 계절
기다려도 기다려도 들려오지 않는 그 소리여
목이 쉬도록 애타게 울고 있던 너

푸른 색이 힘을 잃고 땅에 내려올 때 즈음
봄 여름 추억을 담은 너의 편지들이
길가에 가득 떨어져 내리려니와

봄을 붙들었어야 하나
여름을 붙들었어야 하나
언제나 아쉬움 속에 늘 허기진 마음아

가을 이야기

꽃이 떨어진 자리에 맺힌 응어리들
가을 솔바람에 영글어가면서 이야기를 한다

벌과 나비에 대하여
여름 소나기에 대하여, 땡볕에 대하여

그 긴 시간동안
어떻게 견디고 있었을까

그래도 말하고 싶은 건
그리움 때문일까

9월의 십자가

찌는 듯한 무더위
흐린 날씨와 소낙비가 더위를 감해 주었어도
유난히 더웠던 여름

아직 그 열기가 죽지 않은 가을의 초입에서
새삼 뾰죽당 꼭대기의 십자가를 생각해본다

여름 밤
대한민국의 밤거리를 아름답게 수놓았던 십자가
주님의 피를 닮은 수많은 붉은 색의 십자가들

문득 내 앞에 서있는 십자가 앞에 무릎을 꿇고
조용히 마음의 문을 열어본다

주님을 사모하는 마음이 아직 남아있을까
지나간 세월 속에 그냥 아쉬움만 남았을까

기다리다 지친
주님의 눈물만 가득하지는 않을까

찬 바람에 만물들이 문단속 하기 시작하면
조용히 주님의 십자가 앞에 나아가
귀 기울여 주님의 음성을 들어보아야 겠다

2009년 9월 2일 수요일

구월의 하늘

시원하게 탁트인 새파란 저 하늘이여
음침하던 어젯 일이 거짓말 같구나

누가 내려 오시는가
빛으로 연결되어진 하늘과 땅아

너의 모습이 그렇게 아름다운지
너의 음성이 그렇게 향기로운지

그 빛이 속삭이고 있다
산에게, 들에게, 나무에게, 새들에게

계곡에 흐르는 시냇물과
그리고
억만년 유유히 흘러가고 있는 저 강물에게

2009년 8월 3일 월요일

沐浴齋戒 五體投地

沐浴齋戒하고 五體投地 기도하여도
쓰레기더미에서 통애자복하는 것만 못하다

믿음이 없이 겉 몸과 겉 마음을 씻고
믿음이 없이 온 몸을 던져 기도하는 것이

우리를 위하여 피를 흘리고 돌아가신
주님의 십자가 앞에서
무슨 의미가 있을까

사람들은 십자가를 등지고
온 몸과 마음을 벌려
하늘에서 금가루와 보물이 쏟아지기를 기다리고 있지만

앗불싸
일곱번째 대접을 쏟으려는 천사의 고함소리
온 하늘과 땅에 가득 울려퍼지고 있는데

온 세상은 여전히
沐浴齋戒하고 五體投地하면서
하늘의 금과 보물을 기다리고 있사오니


십자가의 도는 내가 죽는 것인데


부활과 영생은 내가 죽어야 얻는 것인데

나의 선한 목자

나의 선한 목자
죽음의 골짜기에도 동행하시네
깊고 어두운 바닥으로 떨어지려는 나를
나의 선한 목자
다시 붙들어 세워주시네

나의 선한 목자
죽음의 강을 함께 건너주시네
광풍폭우로 떠내려가려는 나를 위해
나의 선한 목자
강물을 꾸짖어 잔잔케 해주시네

아 나의 선한 목자
나의 갈길을 인도해 주시네
가시덤불 돌작밭 길에서 멈츳거리는 나에게
나의 선한 목자
십자가를 보여주시며 힘을 내라고 하시네

하늘이 있는 곳

땅 위에도 하늘이 있고
땅 아래에도 하늘이 있다

사람들은 힘들여 하늘을 쳐다보는데
수양버들은 애써 하늘을 내려다보려한다

아 그러나 아무도 모른다
하늘은 위에도 아래에도
왼쪽에도 오른쪽에도

그리고
나의 밖에도
나의 안에도 있음을

잉어가 있는 연못

경회루 연못에 검은 잉어 한마리
칭칭 늘어진 수양버들 아래로 흔적을 남긴다
자칫 잃을 뻔 한 그의 발자취

잔잔한 물위에 둥근 파문이
그의 깊은 숨소리를 전해주고 있다
무엇이 기쁜 것일까

연못 한복판 깊은 곳에는
밝고 환한 생명의 태양이 잠들어 있다

연못 가를 기웃거리는
더위 먹은 여름 나무 그림자

移葬과 合葬

아버지의 幽宅을 옮기던 날
물먹은 어둔 구름이 하늘을 가리고 있었다

꿈이었을까
아버님의 骨粉이 어머님 곁에 도착할 때
반짝 개였던 하늘

두분의 만남이 이뤄지고
盛土가 끝날 때 즈음
하늘엔 드디어 눈물방울이 떨어지다

이제 다시는 헤어짐 없이
70여년 전 만남 그대로
영원히 살아가시리

주님과 함께
영원한 그곳에서

소낙비와의 사귐

소낙비 내 몸과 마음을 적시네
우산을 받쳐 든 손 아래로
바람 불듯 날아오곤 하네

애써 외면해보려는 소낙비
억척같이 따라다니며
옷소매를 붙들고 있네

바람 불지 않는 날에도
언제나
나를 가르쳐 주는 소낙비

밤에도 낮에도
나를 흠뻑 적셔놓곤 하는
소낙비의 갸륵한 그 정성

종탑의 알림종

종탑에서 숨죽이고 있던 교회의 알림종
다시 우렁차게 울려퍼지고 있다

뎅그렁 뎅 뎅그렁 뎅
우리의 심령을 흔들고 있다

교회의 유리창들이 노래를 한다
교회의 의자들이 기도를 한다

덜커덩 덜커덩
삐그덕 빼그덕

종탑 안에서 숨죽이고 있던 알림종
이제는 털고 일어나 소리지르고 있다

네가 나를 사랑하느냐
네가 나를 사랑하느냐

2009년 7월 18일 토요일

바보였을까

그의 시선이 멈추는 곳에는
항상 움직임이 있었다

그의 마음이 멈추는 곳에는
항상 아름다움이 있었다

그의 몸둥아리가 멈추는 곳에는
항상 아쉬움이 있었다

그는
항상 모자라는 사람이었다
힘도, 지식도, 생각도...

2009년 7월 3일 금요일

눈물에 대하여

눈물은 슬픔의 표현이 아닙니다
어두움 속에서 길찾아 헤메이는
살아있는 이슬방울입니다

눈물은 기쁨의 표현이 아닙니다
거룩한 그분을 만나려고 애쓰는
아름다운 안타까움입니다

눈물은 이별의 모습이 아닙니다
영원한 삶을 시작하는 이들이 흔들고 있는
하얀 손수건입니다

시간의 멈춤

시간의 멈춤이 있었다
쓸쓸히 숨을 거두신 분

힘도 있었다 돈도 있었다
지식과 지혜도 있었다

허나
한 인간의 시간이 멈출 때
그것들은 아무 쓸데가 없었다

나의 시간이 가고 있다
너의 시간이 가고 있다
우리 모두의 시간이 흐르고 있다

언제인가
모든 것들의 시간이 멈출 때가 있으리니

봄처럼 여름처럼 가을과 겨울에도

힘들여 힘들여
봄에 꽃을 피우는 것은
화려한 호랑나비의 춤을 보기 위해서인가
앙칼진 땡벌의 질투심 때문인가

고생고생
열매 깊은 곳에 씨앗을 숨겨 논 이유는
산다람쥐의 부탁 때문이려니
청솔모의 심술 때문이려니

까치, 까마귀, 솟적새, 뻐꾸기
소리소리 지절대며 잠 못 이루는 사연은
봄처럼 여름처럼 가을과 겨울에도
세월의 주인 너무 빨리 다녀가기 때문이려니와

파아란 하늘 푸른 숲

하늘이 파아란 것은
파아란 마음이 있기 때문이겠지

숲이 푸른 것은
기다리는 푸른 꿈 때문이겠지

밤하늘에 반짝이는 별들은
푸른 꿈이 영글어서 이겠거니와

푸른 숲이 변한 것은 이루어진 꿈 때문일까
파아란 하늘이 변한 것은 근심과 걱정 때문일까

하늘에 가신 목사님

하늘의 별을 따오는 재주는 없었으나
하늘에 가는 확실한 길을 가르쳐 주었다

스스로 늙고 병들어 죽어가면서도
영원히 살 수 있는 비결을 가르쳐 주었다

깊은 철학을 말해주지는 아니하였어도
삶의 모습은 온통 사랑뿐이었다

一淸橋 밑을 흐르는 맑은 시냇물에
너무나 또렷이 찍혀있는 그분의 발자국

오가는 그분의 모습을 삼청공원은 기억할 것이다
잔잔히 울려퍼지던 그분의 말씀은 북악산을 감돌아 흐르고

南山아 仁王山아
먼 발치에서 기웃거리던 三角山아

승천하는 그분의 영혼을 보았는가
밝고 환한 빛을 발하던 그분을 보았는가
................................................................................
*박웅천 목사님

촌스러운 사람

우리 모두
촌스러운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아스팔트와 시멘트의 냄새를 씻어내고
풀냄새와 흙냄새가 풀풀나는 촌스러운 사람

하늘에서 별을 따오고 공중에 작은 별을 띄우는 재주보다
그믐에는 반딧불을 찾고 보름에는 술레잡기를 하는 촌스러운 사람

대형 냉장고에 가득한 말린 고기와 말린 나물들보다
냇가에서 잡아온 피라미와 미나리깡에서 갖 뽑아온 싱싱함을 즐기는 촌스러운 사람

컴퓨터안에 숨어 가끔 빠끔히 내다보는 닮은 꼴 지식보다는
곰팡이냄새가 가득한 서제를 들락거리는 것을 좋아하는 촌스러운 사람

얼핏 바보같은 촌사람이 되어
무식하게
예수님의 가르치심대로 살아가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노인의 중절모

노인이 쓰고 다니는 중절모에는
파아란 아침하늘이 들어있다

노인이 들고 다니는 중절모에는
싱싱한 젊은이의 마음이 들어있다

노인이 벽에 걸어논 중절모에는
오늘 못다한 이야기들의 아쉬움이 있다

깊이 잠든 노인의 중절모에는
자손들을 위한 간절한 기도가 있다

새파란 저 하늘에 작은 소망을

밤새 큰소리치며 퍼부은 초여름의 장대비
이 세상 모든 부끄러움을 말끔히 씻어버렸다

미움도,
다툼도,
시기도,
질투도

하여
거짓말 같이 활짝 개인 새파란 저 하늘에
가슴 깊이 숨겨놓았던 작은 소망을

매달아 보려고
매달아 보려고

瞑想의 時間

지금
이곳 이 時間이 世上의 끝일까
上下 前後 左右가 없네

時間도 멈추었어라
모든 視線은 過去에 멈추어 있고

귀를 기울이면 들려오는
天使長의 저 나팔소리는

어떤 이에게 기쁨이 될까
어떤 이에게 두려움이 될까

여름의 발견

꽃향기 그리워하며
이슬방울 눈가를 적시려 할 즈음

왱왱 나플나플
벌과 나비가 소스라치게 놀란다

여름이여
아름다운 꽃이 눈물지며 고개숙인 자리에
예쁜 보람이 열리어 있었으니

아름다움이 시들지 않았으면
어찌 열매를 발견할 수가 있었으랴


꽃이 시들어 떨어진 후에야 자라기 시작하는
생명의 씨앗들이여

봄을 떠나보내면서

봄을
붙들어 둘 수가 있습니다

봄이란
봄을 보는 우리들의 마음이기 때문입니다

살을 찢는 고통을 참고
힘차게 솟아오르는 대견한 새싹을
우리의 기억 속에 남겨놓을 수 있습니다

이곳저곳 물을 찾아 뿌리를 내리고
하늘 향해 솟구치는 삶의 용기들을
삶의 교훈으로 남겨둘 수 있습니다

산에서도, 들에서도, 길가 쓰레기통 옆에서도
향기 나는 꽃을 피워 벌과 나비를 맞이하는
그들의 사랑이야기를 배워둘 수가 있습니다

하늘의 태양이 뜨겁게 달아오를 때 즈음
시들어 땅에 떨어지는 꽃잎의 희생을
우리 마음에 간직해 놓을 수 있습니다

봄은 마음입니다
봄을 보고 있는
우리의 마음입니다

1g의 믿음

1그램의 물과 1그램의 믿음
어떤 것이 더 무거운 것일까

1그램의 바람과 1그램의 믿음
어떤 것이 더 무거운 것일까

1그램의 욕심과 1그램의 믿음
어떤 것이 더 무거운 것일까

1그램의 희망과 1그램의 믿음
어떤 것이 더 무거운 것일까

그 모든 생각을 다 내려놓았습니다
그리고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1그램의 믿음으로 우리가 얻을 수 있었던 것은
한 없는 주님의 사랑이었습니다.

기도하는 모습

하늘 향한 손 끝에는 안타까움이 있네
미칠 듯 닿을 듯
보이지도 않고 들리지도 않고

애절하게 쏟아내고 있는 입술의 열매여
절로 흐르고 있는 부끄러운 눈물방울이여


하늘에서 내려온 위대한 손으로
거룩하고 따스한 아름다운 손으로

옥합에 채워질 때 마다 소리지르는 이
누구인가

철석이며 땅바닥을 두드리는 저 소리의 임자
누구인가

숲속의 주인

달구어진 태양빛이 힘을 발휘하기 시작한
늦은 봄 숲 속 깊은 곳에는
방문객들을 감시하는 버스럭거림이 있습니다

봄내 소원을 다 털어놓지 못한
목 쉰 기도의 눈물로 가득찬 옥합 속에는
함께 울어주던 가랑잎이 둥둥 떠 있고

산삼과 산더덕과 봉황삼과 칡넝쿨
얼기설기 정다운 정결한 그 곳에는
작년 가을 낙엽들이 떨어져 숲의 먹이가 되어 있습니다


푸른 숲속의 주인은
나무에 달려 있는 푸른 잎이 아닙니다

작년 그리고 재작년에
숲에게 푸르름을 주고 조용히 잠들은
얼핏 죽은 것 같은 수많은 낙엽들인 것입니다

치악산 자락에

치악산 자락에
아직 봄이 머물러 있음은
하늘을 향한 봄 같은 마음들 때문이려니

치악산 자락에
아름답게 피어있는 꽃들은
오가는 이들의 아름다운 마음 때문이려니

치악산 자락에
불고 있는 바람이 시원한 것은
꾸밈이 없는 진리와 사랑 때문이려니
.........................................................

*2009.05.18. 10:00am~ 04:00pm
치악산 밑에서 신학강좌가 있었습니다.

봄비가 내리다

꽃 내음이 다하기 전에
준비한 이야기를 다 풀어놓으려는 듯
보슬보슬
조심스레 내려오고 있다

한숨 못자고 잠을 설친
늙은 총각의 얼굴에

자는 둥 마는 둥
늙은 애비의 벗겨진 머리와

자다 깨다 자다 깨다
늙은 어미의 구부러져 가는 허리와

마음들과 시간들과
그리고
그들의 소원들 위에

잔잔한 호수 위 소금장이의 발자국처럼
살아있는 작고 큰 동그라미들을
계속 그려 보내고 있다

2009년 5월 14일 목요일

사랑하는 사람

나를 흔들어 깨운 이는
나를 사랑하는 사람이었습니다

나를 바라보고 웃음을 준 이는
나를 사랑하는 사람이었습니다

나를 향하여 사랑을 이야기한 이는
나를 사랑하는 사람이었습니다

내가 오늘을 향하여 발걸음을 옮기게 한 이는
바로
나를 사랑하는 사람이었습니다

나를 사랑하는 사람은
하나님이 내게 주신 가장 귀한 선물입니다

2009년 5월 13일 수요일

오늘 아침에 있었던 일

아침의 파아란 하늘
내 마음을 홀딱 빼앗아
동녘에 떠오르는 햇님의 얼굴을
파아랗게 칠해 놓고선

억지로
내 눈에
파아란 안경을 씌워놓았다

아침에 파아랗던 하늘
내 마음을 이끌고 다니며
검은 아스팔트 주변에다
온통 초록 물감을 발라놓았다

마치
살아있는 나무들이 있는 것 처럼

예수님을 닮아보려고

예수님을 닮아보려고
멋있는 모형 십자가를 만들어 차에 싣고
길 떠난 사람들

이 산모롱이 저 산모롱이 지나는 동안
강도를 만났을까

상처투성이인 차 위에는
다 찌그러진 헌 십자가 모형뿐인데

그래도 길을 가려는지
여전히 달음박질하는 예수님 그리움

2009.05.11.

여름일까

무지한 자들이
그만 봄을 쫓아버렸다

꽃이 피어도 香氣를 감상하지 않고
준비 안 된 여름을 불러 온통을 벗겨버렸다

여름일까

아직 봄꽃이 한참인데
벌과 나비는 당황스러운 듯
이곳저곳 갈팡질팡하는 모습이다

엄연히 달력은 늦은 봄 5월
만물은 미처 열매를 익힐 준비가 덜 되었는데

열매 때문일까
뜨거운 태양빛은 아침저녁을 서두르고

2009.05.08.

綠色의 바구니

綠色의 바구니 안에
빨간 모자를 쓴 사나이

마음을 넓혀 寬容을 만들고
손을 넣어 막힌 上과 下를 뚫어보려고
생각을 달구어 빨갛도록 들볶았다

綠色의 바구니가 가르쳐 주기를
아무리 빨갛게 물들이려고 하여도
이곳은 온통 綠色의 世上이라고

綠色의 바구니 안에는
어느새
綠色의 그림자가 지고 있을 뿐
...........................................

*수유리 영락기도원에서
*綠色의 바구니 = 숲 속 깊은 곳

2009.05.04.

빛이 있으라 하시니 빛이 있었고

빛이 있으라 하시니 빛이 있었고
그 빛은
우리 마음을 언제나 밝혀주고 있습니다

하여

우리 마음에는 언제나 믿음이 자라고 있습니다
육신의 눈으로 볼 수 없는 마음을
그 빛의 눈으로는 밝히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 마음에는 언제나 소망이 자라고 있습니다
낭패와 실망으로 어두워지려는 마음을
그 빛이 다시 밝혀주기 때문입니다

우리 마음에는 언제나 사랑이 자라고 있습니다
서리가 내리고 눈보라가 휘몰아치려는 마음을
그 크고 밝은 빛이 녹여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나님 보시기에 그렇게 좋았던 이유는
그 빛이
하나님의 마음을 전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 밝은 빛은
우리를 향한
하나님의 지극하신 사랑입니다

2009.05.02.

행복한 사람 3

1

눈물을 흘리는 사람은
행복한 사람입니다.
아직 그 눈에 눈물이 고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탄식을 하는 사람은
정말 행복한 사람입니다.
아직 그 마음에 탄식을 할 여유가 있기 때문입니다.

2

밤을 지새우며 고민을 하는 사람은
행복한 사람입니다.
아직 그 눈을 부릅뜰 용기가 있기 때문입니다.

풀을 쥐어뜯고 나무 뿌리를 뽑아가며 기도하는 사람은
정말 행복한 사람입니다.
아직 그 믿음이 주님을 향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3

지쳐 쓰러져 눈을 감고 있는 사람은
행복한 사람입니다.
주님의 천사가 찾아올 것이기 때문입니다.

말할 기운도 없고 손을 쳐들 용기도 잃어버린 사람은
정말 행복한 사람입니다.
주님이 친히 업고 천성문을 향하실 것이기 때문입니다.

4

우리는 모두
행복한 사람들입니다.

어떤 환경에 있을지라도
정말 행복한 사람들입니다.

우리는
이런 주님을 믿고 살아가는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

2009.04.30

봄이 흘리는 눈물일까

춥고 어두운 긴 터널을 참고 기다려
새해 첫 정한수를 마음에 받아
남은 힘 다하여 아름다운 꽃을 피워노았건만

앗불싸 웬일인지
아무도 관심이 없네

봄이 흘리는 눈물일까
질척거리며 밤새 내리고 있는 가랑비

안쓰러운 마음의 나그네
지나온 세월을 향하여 옷깃을 여미고 있네

*감리교인들에게 고통스러운 계절

2009.04.25.

봄 늙은이

여름을 한 짐 잔뜩 지고서
힘들게 봄 길을 가는 늙은이

눈이 어두워 멈칫멈칫
좀처럼 길이 줄지 않는다

터덜터덜 언제나 외로운
아직도 아득한 늙은이의 봄 길에는
낯익은 봄 아이들이 힘주어 노래 부르고 있다

2009.4.24.

행복한 사람 2

1

어제의 잘못을 깨닫고 오늘 회개하는 사람은
행복한 사람입니다
어제를 마무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오늘의 고난을 견디며 내일을 준비하는 사람은
정말 행복한 사람입니다
즐거운 내일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2

자기를 싫어하는 사람에게 손을 먼저 내미는 사람은
행복한 사람입니다
그 사람보다 더 큰 사랑이 있기 때문입니다

자기에게 죄지은 사람을 먼저 용서하는 사람은
정말 행복한 사람입니다
하나님은 그 사람의 죄도 용서해 주시기 때문입니다

3

실패를 거듭하여 용기를 잃은 사람은
행복한 사람입니다
주님은 그 마지막에서 한 번 더 기회를 주시기 때문입니다

막다른 골목에서 앞이 캄캄해진 사람은
정말 행복한 사람입니다
눈을 감은 그 순간 시온의 대로가 보일 것이기 때문입니다

2009.4.17.

古稀의 어느 등산객

봄이다
산과 들에는 전처럼 꽃과 나비가 한참이다

봄인데
봄이 아름답지 않은 것은
봄을 바라보는 이의 마음 때문이리라

늙어서일까
산등성이에 아름답게 핀 꽃을 찾지 않고
아직 계곡에서 썩지 못하고 있는 낙엽더미에서
밤, 도토리를 위하여 뒤적여보고 있다

모래알도 아니고 어린 돌도 아닌
거무스름한 어느 열매들

왜 여지껏 싹을 틔우지 못했을까
봄이 오는 것을 정녕 모르고 있었을까

산을 즐기는 古稀의 어느 등산객
이젠 꽃과 나비를 찾지 않고
열매를 살피는 버릇이 생겼다

2009.4.14.

새벽을 기다리는 마음

안개인가
이슬인가

내 몸과 마음을 적셔오는
뭉클한 이 느낌

통곡하는 이들이 지나가고
탄식하는 이들이 지나가고

눈에 맑은 구슬을 달고
웃음을 웃는 사람들의 딱한 모습

그러나
내일이면 모두 깨닫게 될 것이다
그분은 죽지 않고 다시 살아났다는 것을

동녘에 밝은 해가 솟아오르기 전
우리 모두는 보게 될 것이다
그분의 영광스러운 모습을

*부활절 전야에

2009.4.11.

4월에

4월은
사랑방 아랫목 쭈그렸던 마음이
활짝
봉창을 열어제치는 달

4월은
안방 윗목에서 머리빗던 언년이가
살짝
얼굴을 붉히는 달

4월은
산과 들에서 화려한 범나비가
거만하게
하늘로 치솟고 싶어지는 달

그리고 4월은
꿈같은 열매를 그리워하며
한없이 한없이 기도하게 되는 달

2009.4.4.

石村湖水에서

湖水는 마음이 없다
지나는 이들의 마음을 비추어 줄 뿐

벤취에 앉아 홀로 사색하는 이의 마음
湖水의 작은 물결에 큰 풍랑이 인다

호젓한 나무 밑 사랑하는 연인들을 보고
湖水의 작은 별빛들이 싱글벙글

호숫가를 산책하는 한가한 이들의 마음을
湖水의 밤바람이 시원하게 씻어준다

모두가 떠난 깊은 밤
湖水에 내려앉은 가로등의 긴 그림자들
이러쿵 저러쿵 그날의 경험담이 한참이고

2009.4.2.

행복한 사람

1

오늘 웃을 수 있는 사람은 행복한 사람입니다
오늘을 살고 있기 때문입니다

어제 웃었던 사람은 행복한 사람이었습니다
어제를 살았었기 때문입니다

어제도 오늘도 웃으면서 사는 사람은
정말 행복한 사람입니다
어제와 오늘을 살아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2

오늘 눈물흘리는 사람은 행복한 사람입니다
오늘을 살고 있기 때문입니다

어제 눈물흘렸던 사람은 행복한 사람이었습니다
어제를 살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어제도 오늘도 눈물흘리면서 사는 사람은
정말 행복한 사람입니다
어제와 오늘을 살아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3

오늘 고민하고 있는 사람은 행복한 사람입니다
오늘을 살고 있기 때문입니다

어제 고민하던 사람은 행복한 사람이었습니다
어제를 살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어제도 오늘도 고민하면서 사는 사람은
정말 행복한 사람입니다
어제와 오늘을 살아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4

오늘 사랑하고 있는 사람은 행복한 사람입니다
오늘을 살고 있기 때문입니다

어제 사랑을 하던 사람은 행복한 사람이었습니다
어제를 살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어제도 오늘도 사랑하면서 사는 사람은
정말 행복한 사람입니다
그런 사람을 하나님의 사람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2009.3.26.

사랑

사랑에 모양이 있다면
그건 눈물일거야
생각만하여도 눈물이 핑도는걸 보면

사랑에 색갈이 있다면
그건 피빛일거야
십자가에서 흘리신 주님의 보혈처럼

사랑에 날개가 있다면
그건 나비일거야
함께 솟구치고 싶고 또 솟구치고 싶고


2009.03. .

3월의 노래

싹이 튼다
메마른 나무가지에 생명이 움트고 있다

숨죽이고 숨어지내던 나의 이상도
쓰레기통에 쑤셔박았던 나의 희망도
몸을 털고 다시 일어나고 있다

아 봄이여
지금 무엇을 보고 있는가

기죽어 웅숭그리던 겨울 사나이
두 팔 벌리고 달려오는 봄 아가씨의 향기

향기! 향기!
아 3월의 내음새여

2009.3.11.

하비루와 베드로

평안의 신을 신은 자에게
하비루가 있을까

아니
몸과 마음이 이미 하비루인지라
구분이 필요없겠지

비록
더럽고 추한 모습일지라도
그의 믿음은 베드로이어라

아 거룩한
교회의 주춧돌이여
....................................

*하비루
①말발굽에 낀 때라는 뜻
②나라없이 유랑하며 고난당하던 유대인 상징
③겸손한 믿음을 상징

2009.3.9.

四旬節의 默想

주님
良心의 門 앞에서 내게 물으시네
무엇을 사랑하고 무엇을 미워하는지

주님
良心의 門 뒤에서 나를 살피시네
무엇을 사랑하고 무엇을 미워하는지

주님
良心의 門 어귀에서 나를 바라보시네
무엇을 사랑하고 무엇을 미워하는지


나는 진정
무엇을 사랑하고 무엇을 미워하는가

주님의 그 고난을 생각하면서
나를 헤아려 보고 있네


2009.3.6.

겨울 사나이의 봄

기다리지 않아도
봄은 온다

숨어지내던 겨울바람이 심술을 부려도
환희의 깃발을 든 봄의 전령들이 행진해 오고 있다

창문을 열어도 여전히 어두운 지하방
마음을 열어도 여전히 답답한 겨울 사나이에게
봄이 찾아와 문을 두드린다

속지 마세요 속지 마세요
봄은 언제나 당신을 사랑하고 있답니다

2009.3.2.

새삼스리 (14)

비록 가시가 있어도
사막에 마지막 생명으로 남기어져
길가는 나그네에게 몇방울의 물을 주려는
仙人掌처럼

비록 두어 뼘도 못되는 작은 삶의 공간일지라도
바위사이를 비집고 생명의 뿌리를 내리면서 버티다가
운좋은 심마니에게 큰 복으로 전해지려는
山蔘처럼

비록 아무도 찾는 이 없는 깊은 산 작은 시내일지라도
수십만년 포기하지 않고 기다리고 또 기다리면서
하얀 모래알 속에 많은 금가루를 감추고 있는
砂金처럼

이대로
비바람 눈서리를 참고 견디며 기다리다가
주님 오시는 날
하늘나라에 작은 기쁨으로 기억될 수만 있다면

2009.2.20.

마음이 가난한 자는 복이 있나니

주머니에 있는 모든 것을 꺼내어
필요한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었습니다
손에 쥐고 있던 모든 것을
필요한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었습니다

그는 가진 것이 없습니다
그러나 그는 가난한 사람이 아닙니다

그의 마음 속에는 언제나
주님의 음성이 가득하고
그의 눈에는 언제나
주님의 나라가 보여집니다

그가 말하면
사람들은 평안을 얻습니다
그를 만나면
사람들은 즐거움을 얻습니다

그와 함께 있으면
누구나 헤어지기 싫어합니다

우리 모두는 잘 알고 있습니다
그는 하나님과 동행하고 있는 하나님의 사람입니다

그는 가난한 것 같으나 풍요로운 사람입니다
그는 이미 천국에서 살고 있기 때문입니다
.......................................................................
*가난한 성도들의 거룩한 모습을 보면서

2009.2.12.

사랑하는 누이에게

엄마가 보고 싶을 때면
거울을 보아라

우리가 비록
엄마의 인자한 모습은 닮지 못하였어도
고통을 견딜 수 있는 인내가 생길 것이다

엄마가 보고 싶을 때면
두 손을 펼쳐 보아라

우리가 비록
엄마의 부지런함은 닮지 못하였어도
고난을 견딜 수 있는 용기가 생길 것이다

엄마가 보고 싶을 때면
두 눈을 감아 보아라

우리가 비록
엄마의 무릎은 닮지 못하였어도
쉬지않고 기도하시는 엄마의 기도소리와
사랑스러운 주님의 음성을 들을 수 있을 것이다
................................................................
*어머니 소천 11개월 째
울면서 전화하던 미국에사는 누이를 생각하면서

2009.2.10.

눈물 덩어리

우박인가?

아니
그것은 커다란 눈물방울이었다

주먹만한 큰 눈물덩어리가
모두들의 마음을 두들겨 멍들게 하였다

어디에서 떨어진 눈물이었을까

아파서인지
모두들 주저앉아 일어서지를 못하고
눈을 감은채 지나간 세월들을 곱씹어본다

내가 지금 서있는 곳은 어디인가
내가 살아 숨쉬고 있는 이곳은
도대체 어디란 말인가


이것이 꿈일까 생시일까

주먹만한 눈물이 우박처럼 쏟아져내린다
그발강가에서 보던 그 신비한 구름이
뭇 영혼들을 향하여 달을질하고 있는 이곳에

곧 오시리라!
곧 오시리라!
꼭 오시리라!
...........................................................
*2009년 2월 6일 오후
그 슬픈 우리의 자화상을 보면서

캐타필라들의 이야기

절골 올라가는 길가
살아있는 모든 모습들에게는
봄을 약속한 물 오름이 한창이다

봄을 찾아 헤메이는 눈에
무지개처럼 아롱거리는 그윽한 향기여

그곳엔 기다림이 있다
그곳엔 젊음이 있다
그곳엔 삶을 위한 용기가 있다

겨울 누에 껍데기를 용감히 찢고 있는
애송이들의 울부짖음이여

봄을 약속하고 있다
봄을 궁리하고 있다

현란한 나비의 춤과
아름다운 산새들의 노래소리로
..........................................
*2009.02.01.~07 일영 연수원에는
청년들을 위한 영성훈련
크리셀리스 3기와 4기가 있었습니다.
*caterpillar - 나비가 되기 전의 애벌레

2009.2.4.

후회

성경에 손을 얹고
주님의 음성을 들어본다
성경 구절구절마다에 어린
눈물을 흘리시는 모습들이여

벽창호일까
골백번 듣고 또 들어도
언제나 처음 듣는 이야기 같으니

말씀은 언제나 내 마음을 향하지만
내 귀는 그를 질투하여 늘 쌩이질하다

귀에서 들은 음성
머리를 거쳐 길가에 동댕이쳐 버리느니

하여
나의 심령은 늘 메말라 있고

날이 가고 달이 가고
해가 바뀔지라도
멍텅구리
늘 딴 생각하느라
아 바보 같아라

2009.2.2.

새삼스리 (13)

하늘은 과연 파란 것일까
늘 보고 살면서도 믿지를 않습니다
비바람과 눈보라가 부는 날이면

숲에 있는 나무들은 과연 초록색일까
수십년을 같이 살면서도 믿으려하지 않습니다
가을에 단풍지고 겨울에 눈이 쌓인 것을 보면서

이 세상에 살아있는 모든 것을 식량으로 삼고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을 창조주인 양 주무르면서
스스로 아무것도 깨닫지 못하고 살아갑니다

인간은 하나님의 형상대로 지음받았고
인간의 생명은 언젠가 하나님께로 돌아간다는 사실을

2009.1.28.

아내의 화초

아내가 가꾸는 화초는
봄, 여름, 가을, 겨울
언제나 화려합니다

낡은 지붕, 허름한 마룻바닥, 우중충한 앞 뜰
그 어느 곳에서나 탐스럽습니다

실망하여
고개를 떨구고 있을 때면
아내가 웃으면서 이야기합니다

산수유가 멋있게 자랐지요?
방안 공기가 깨끗해진데요

아내가 기르는 화초의 향기는
언제나
내 마음의 끄으름을 닦아주곤 합니다

2009.1.24.

1월의 아침을 걸으며

밤하늘에 가득한 뭇별을 헤아림보다
아침에 떠오르는 붉은 태양을 맞이함이 즐겁다

밤이 새도록 체험한 아름다운 꿈보다
찬바람에도 독야청청한 푸른 소나무가 더 아름답다

1월의 밝은 햇살이
마스크를 한 겨울 나그네를 부끄럽게 하는구나!

상쾌한 아침의 기운이 온 몸과 마음에 넘쳐흐름은
오래 참고 기다리며 오늘의 삶을 허락하신
우리 주님의 크신 은총이려니와

2009.1.20.

새로운 그림

공평하신 하나님께서
어제도 흰 눈을 내려주셨다
온갖 잘못된 그림을 지우듯이
하늘과 땅은 모두 하얗게 변하였다

어떤 그림을
새로 그리시려는가

밤사이
몸과 마음을 씻은 피조물들이
조심스레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흰색으로 덧칠해진 깨끗한 캠퍼스 위에는
밝고 아름다운 마음들이
손을 맞잡고 춤을 추고 있었고

2009.1.17.

겨울 그림자

꽁꽁 얼어붙은 행길가에
허둥뒤둥 달리는 저 그림자
누구의 그림자인지

그림자를 이끄는 이의 마음은
아직 따스하다

아지랑이처럼 보일듯 말듯
아직은 아득한 남쪽 이야기

고드름을 닮으려는 손과 발을
허위허위 휘적거리며
달려가고 싶은 듯 바삐 걸어가고 있는

어느
겨울 그림자

2009.1.13.

당연한 고백

행복은 돈으로 얻는 것이 아니다
행복은 주님이 주시는 것이다

기쁨은 재물의 소유가 아니다
기쁨은 주님과의 만남이다

보람은 지식과 재물의 소유로 얻을 수 없다
보람은
내 삷의 여정 속에서
나와 동행하신 주님의 발자국을 발견하는 것이다

2009.1.9.

2009년 1월 2일 금요일

어머니 생각

나는 소야
이 집에 일하는 소야
미련하게 일만하는 소야

늘 그렇게 말하시던 어머니는
손발이 터지고 피가 흐르도록
그렇게 일만하시다가
늙어 돌아가셨습니다

70년 동안을
시부모와 시댁식구들과 자녀 손들을 위하여
그렇게 일만하시다가 돌아가셨습니다

자녀 손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자다가 가게 해달라고 기도하시던 어머니는
3일 밤낮을 주무시다가 가셨습니다

마치
평생에 쉬지 못하시던 것을
한 번에 취하시듯
주무시다가 가셨습니다

어머니가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고
소의 해가 되었습니다
돌아가신 어머니의 모습은
소가 아니었습니다

머리가 새하얗게 세고 허리가 꼬부라진
늙고 가녈픈
한 여인이었습니다
..................................................
*어머니 소천 9개월이 되었습니다.


12월26일 밤에

나에게 남은 시간이 닷새뿐이라면
첫 번째 날엔 높은 산에 올라
삼라만상을 살펴보겠습니다
주님이 내 평생을 위하여
내게 허락하셨던 삶의 터전들을

나에게 남은 시간이 닷새뿐이라면
두 번째 날엔 넓은 바다가 보이는 해변에서
육지를 향하여 오고 가는 푸른 파도를 보겠습니다
주님이 내 평생을 위하여
고난을 이기는 교재로 주셨던 것을

나에게 남은 시간이 닷새뿐이라면
세 번째 날엔 넓은 대지가 있는 곳으로 나아가서
식물과 동물들이 맘껏 생육하고 번성하는 모습을 보겠습니다
주님이 내 평생을 위하여
더불어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어 보라고 하셨던 것들을

나에게 남은 시간이 닷새뿐이라면
네 번째 날엔 밤을 기다려
밤하늘에 가득한 별들을 헤아려 보겠습니다
주님이 내 평생을 위하여
베풀어 주신 사랑과 은혜가 얼마나 많을까 생각해 보면서

나에게 남은 시간이 닷새뿐이라면
마지막 날엔 조용한 곳을 찾아가
눈을 감고 주님의 음성을 들어보려고 합니다
주님이 내 평생의 마지막 시간에
어떤 말씀을 들려주실까 들어보기 위하여

그리고
그 주님과 함께 그룹을 타고
주님이 계신 그곳을 향하여
훨훨
날아가 보려고 합니다

2008.12.26.

새삼스리(12)

슬픔을 깊은 곳에 심고
눈물을 기다렸더니
이상하네요 웃음의 꽃이 피었습니다

몰래
누가 다녀가신 것 같아요

기다려도 기다려도 오지 않길래
대문을 닫아걸었더니
소원이란 녀석 안방에 앉아 있더라구요

언제나
내 곁에 있었다는군요

그뿐이 아닙니다
이상한 일이 많이 있었습니다.

낙엽이 쌓이더니
그 자리에서 새순이 돋아나고
깨어진 바위 사이에서는
샘물이 흐르더군요

아마도 이 세상에는
우리가 알 수 없는 그 누가 계신가봐요

2008.12.16.

싼타클로스의 선물

춥고 어두운 골목 안에서
싼타클로스를 만났습니다
썰매도 없이 큰 보따리를 메고 거니는 모습이
매우 힘들어 보였습니다

아직
대강절 첫 번째 주간인데
웬일일까

어린아이 같은 마음으로 다가갔습니다
그리고 조용히 기다렸습니다

짐을 내려놓은 싼타클로스는
안에서 선물을 한 움큼 꺼냈습니다
그리고 말하였습니다

이 세상에서 가장 귀한 선물이라네
그런데 아무도 받으려 하지 않는구먼
자네가 몇 개 가져가려나

나는 그 선물을 보고 눈물을 흘리며
한껏 마음의 문을 열고 받아들였습니다

그것은
주님의 십자가였습니다

지금 나의 깊은 곳에서는
주님의 울음소리가 들려오고 있습니다

엘리엘리 라마사박다니
엘리엘리 라마사박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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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2.02.~05. 일영연수원에서
서울엠마오가는길 29기가 있었습니다.

2008.12.06.

새삼스리(10)

사랑은 마음의 모습이며
사랑은 아름다운 진리이다

마음이 담기지 않은 사랑은 거짓 사랑이며
아름답지 못한 사랑은 거짓된 사랑이다

누가 상을 찡그리고 사랑을 말하는가
누가 험한 말로 사랑을 표현하는가

사랑은 마음에서 울어나오는 것이며
사랑은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이다

왜냐하면
사랑의 본체는
바로 하나님이시기 때문이다

2008.11.27.

새삼스러운 아쉬움

부지런히 스쳐 지나가는 신사
뒷 모습이 낯익다
앞에 무엇인가를 바라보고
부지런히 걷고 있다

내 궁금증을 그의 어깨에 얹고
조용히 따라가 보았다

그가 가고 있는 곳에서
은은한 향기가 날려오고 있다
여인일까?

아, 봄처녀!
모두에게 희망을 주던 아름다운 그녀

봄도 여름도 다 지나고
가을 추수가 한참인데
이제사 새삼스리 봄을 그리워하다니

급히 내 곁을 스쳐 지나간 신사
그는 바로 나의 아쉬움이었어라

2008.11.08.

가을에

찾아온 가을 손목을 잡고
늙은 친구의 주름살 따라 거닐어 보았다

개울가에서 멱감는 천둥벌거숭이
참외서리하다가 꽁지가 빠지게 도망가는 개구장이
친구의 빈 도시락에 몰래 무당개구리를 넣고 낄낄대는 녀석
미인과 결혼하고 싶다고 소원을 발표하는 숙성한 소년

찾아온 가을 손목을 잡고
서리가 하얗게 내린 친구의 머리카락을 들추어보았다

밤을 낮처럼, 낮을 밤처럼 잠을 설치고 책과 씨름하는 공부벌레
몸을 부서뜨리며 일에 파묻혀 청춘을 불사르는 미련퉁이
그리고 자라나는 손자손녀를 바라보며 웃음을 이기지 못하는 노인

찾아온 가을 손목을 잡고
추수가 한참인 넓은 대지를 바라본다

그리고
또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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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 졸업 50주년 특별한 가을

2008.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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