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2월 30일 금요일

歲暮에

눈 위에 떨어진 낙엽 한 장 주워서
들여다 보니

흘러가는 강물 구비구비마다
이야기들이 서려있고

감돌아흐르는 강물 언덕에는
꿈바라기들의 땀방울들이 아직 어수선하다

무슨 할 일이 남아서일까
지나가는 길 손의 궁금함만 보태어 줄 뿐

2011년 12월 27일 화요일

내게 물으시네

요한의 아들 시몬아
네가 나를 사랑하느냐
물으시던 주님

내 피로 산 나의 아들아
네가 나를 사랑하느냐
내게 물으시네

울먹이시는 그 목소리
훌쩍이시는 그 목소리

주님께서 아십니다
말하려는 내 입술이 떨고있네

그리고 반성하고 있네
내가 정말 주님을 사랑하고 있었는지를

2011년 12월 12일 월요일

달의 사계절

저 하늘의 달은
여전히 밝고 환하다

봄 여름 가을 겨울
늘 그곳에 있는 달

봄에 만나는 달빛은 향기롭다
여름에 만나는 달의 숨소리는 시원하다
가을에 만나는 달의 웃음은 풍요롭다
겨울에 만나는 달의 고독은 쓸쓸하다

달이 변한 것이 아니다
달을 바라보는 이의 마음 때문이려니

2011년 12월 7일 수요일

하늘의 사람아

참 사람 나의 영혼
하늘의 사람아

육신의 허물을 벗고 주님 곁으로 갈 때에
무슨 예물을 준비할 수 있나

사랑일까 희생과 봉사일까
기도의 향불일까 믿음일까

참 사람 나의 영혼
하늘의 사람아

언젠가 주님 부르시는 날
무엇을 가지고 가려나

2011년 12월 3일 토요일

겨울 시금치

겨울추위를 태연하게 맞이하는
대견한 녀석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바람이 부나
의젓하게 푸르름을 자랑하는 겨울 시금치

한 여름의 수풀처럼
그 푸르름이 아주 싱싱하다

저들도
예수님을 믿는 영혼들처럼
가슴에 뜨거운 불을 지니고 사는 것인지

2011년 11월 6일 일요일

외로운 모과 사형제

가을의 끝자락 11월에
꽃잎처럼 떨어지는 낙엽을 바라보며
가지에 남은 열매를 헤아려본다

나무도 실망했을까
몇알 남지 않은 열매

봄내 여름내
무성했던 나뭇잎

이제 그 모든 잎들이 낙엽 되고
열매들이 한참 그 모습을 자랑할 차례인데

외로은 모과 사형제
뛰어내릴 시간을 고대하고 있는 것인지

2011년 10월 23일 일요일

깊어가는 가을 밤에

밤 하늘이 캄캄한 것은
빛이 없어서

마음이 어두운 것도
빛이 없어서

엊그제
시월의 가을을 비추이던 빛은
둥근 달님이었는데

빛이 없어서
빛이 없어서

지금은
캄캄한
가을의 밤 하늘과 산하

아, 가을은
점점 깊어가고 있는데...

....... OOO .......

우리 감리교회에 마음이 있다면
누군가
혹 불을 밝힐 이가 있을까 하여

2011년 10월 17일 월요일

주님을 만나고 싶을 때면

주님을 만나고 싶을 때면
거울을 보세요.

그곳에
주님이 사랑하는 얼굴이 있습니다.

주님을 만나고 싶을 때면
두 손을 펼쳐보세요.

그곳에
함께 일하시던 주님의 손자국이 남아 있습니다.

주님을 만나고 싶을 때면
하늘을 바라보세요.

그곳에
당신을 향한 주님의 기다림이 있습니다.

2011년 9월 15일 목요일

추석 달과 주님

추석 달이
크고 둥글고 밝은 것은
그렇게 살아가라는 뜻이겠지

가끔 검은 구름이
추석 달을 가리는 것은
크고 둥글고 밝은 것을 찾아보라는 뜻이려니와

눈을 감고 있어도
내 마음이 밝고 환한 것은
엠마오 가는 길에 동행하시는 주님 때문이려니

2011년 9월 7일 수요일

초가을 밤

서늘한 바람이 불기 시작한
초가을 밤

뜰에 내려
밤하늘을 바라보다가

해맑은 웃음으로 나를 반기는
반달을 발견하였다

하이안 달 위에 쓰여진 글
사랑한다 아들아
너를 사랑한다 아들아

순간
가을 노인의 모든 근심걱정이
눈 녹듯 사라져버리다

자루에 담은 꿈

자루에 담은 꿈 한 말
등짐 지고
터벅거린 나그네 길 여러 해

만나는 사람마다
한움큼씩 나누어 주고서는

보람과 기쁨과 사랑을 줏어
꿈 자루에 함께 갈무리하였다가

그 날에
펼쳐 보이리라
그 분 앞에

2011년 8월 18일 목요일

황금색 고양이

황금색 고양이 한 마리
호랑이의 모습을 뽐내며
자칫 임금인 양 으스대며 울 안팎을 들락거린다

무늬는 비슷하나
여전히 앙칼스런 고양이

이웃집 고양이들을 거느리고
순시하듯 동네 한 바퀴 쏘다니곤 하는데

눈을 똥그랗게 뜨고
싸울 듯 쳐다보는 폼이
도시의 변두리 골목 깡패가
텃세를 받으려는 모습과도 같아서

(가끔씩 돌을 던져 쫓아버리곤 합니다)
(계속 쏟아지는 비에
밭농사를 망치게 된것이 화가나기도 하구요)

2011년 8월 17일 수요일

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날

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날
꿈을 먹은 아이가
꿈길을 걸어왔습니다

그 길 끝에는
꿈을 꾸는 사람들이 살고 있었습니다

아이는
그들과 함께 꿈을 키우려고 합니다
아이는
그들과 함께 다른 꿈길을 걸어가려고 합니다

아이가 가려는 길 끝에는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까요

꿈을 먹은 아이가
웃음을 머금고 기다립니다
비가 주룩주룩 내리고 있는 날

2011년 8월 11일 목요일

예배당 그 자리에

예배당 그 자리에
마음을 두고 왔습니다
사랑이 그리울 때면
그 자리에서 들리던 주님의 음성을 생각해봅니다.

예배당 그 자리에
소리를 두고 왔습니다
주님이 그리울 때면
성경책 넘기던 샤브락 소리를 기억해봅니다.

예배당 그 자리에
후회를 두고 왔습니다.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을 허비해가면서
쓸데 없는 걱정을 하는 스스로를 꾸짖어봅니다.

늙은 친구들에게

친구들의 마음에
무지개를 심어주고 싶다
흰 머리 주름진 얼굴에
무지개를 씨워주고 싶다

구부러지려는 허리를 받쳐주는
무지개 지팡이를 선물하고 싶다

아직 창창하기만한 노인들의 미래에
무지개빛 꿈을 펼쳐보이고 싶다

2011년 8월 2일 화요일

한밤의 걱정거리

깊은 밤에도
모두 하늘을 바라봅니다
별이 보이지 않는 하늘을 바라보며
모두 걱정을 합니다

내리고 또 내려도
보이지 않는 무지개

이 밤이 다하고
새벽이 오면
동편 하늘을 바라보렵니다

태양이 떠오르는 그 곳에서
아름다운 무지개를 찾아보려고 합니다
눈물을 흘리며 애원하고 있는
어느 의인의 기도가 남아 있기에

2011년 7월 28일 목요일

무지개를 띠워보세요

믿음으로
비를 멈추어 보세요
약속의 무지개를 띠워보세요

검은 구름이 하늘을 가리우고
폭우와 뇌성과 벽력이 가득한
이 곳에

예수님 처럼
12분의 제자들처럼
수 십만의 순교자들처럼

자신을 죽여 십자가에 매달고
하늘과 땅에
아름다운 무지개를 띠워보세요

세상의 모든 것을 표현하고 있는
일곱 빛갈의 무지개
하늘과 땅에 그냥 서있기만 하여도
아름다운 무지개

그곳에 임하시는
주님의 음성을 들어보세요
주님의 얼굴을 만나보세요

2011년 7월 10일 일요일

어느 날

한 나그네가
길을 물었습니다
교회로 가는 길을

옷은 남루하지 않으나
먼 길을 걸어온 듯
몹시 지친 모습이었습니다


교회마다 불이 꺼저있었군요
낮에는 문을 닫아걸고

나그네는 무거운 마음으로
걸음을 옮기고 있었습니다

지친 듯
낙심한 듯

왠지 그 뒷모습이
매우 낯익은 모습이었습니다

2011년 7월 8일 금요일

주님의 눈물일까요

1.

비가 오네요
하늘에서 오네요

지난 주에도 이번 주에도
하늘에서
정말 많이 오고 있네요

뜨거운 땡볕을 가리워주고
종일 시원하게 해주는
고마운 장마비에요


2.

콩 심은 데서
콩이 나와 자라고 있고
팥 심은 데서
팥이 나와 자라고 있어요

뜨거운 뙤약볕도
쏟아지는 장마비도
다 하나님이 주시는 은혜이지요.


3.

그런데

삼라만상을 자라게 하는 햇빛도
삼라만상에게 복이 되는 장마비도
우리들에게는 아무 소용이 없는가봐요

마음은 늘 메말라 있고
키는
수십년 동안 한치도 자라지 못하고 있어요


4.

주님께 기도했어요
말씀을 기다리고 있었어요

말 없이
웃고만 계시는군요

빙그레
웃고만 계시는군요


5.

아!
저 나팔소리는
몇번째 들려오는 나팔소리일까요

*2011.7.7.감리교본부 홈에 쓴 글

2011년 7월 2일 토요일

길이 있으면 떠나야지요.
가면서
생각해 보아야 되겠습니다.

머뭇거리는 사이
백발을 만나고 나면
그나마
길 구경도 못하게 될 터이니까요.

길은 멀어도
시작하고 나면
언젠가는
끝이 보이기 마련이랍니다.

2011년 6월 28일 화요일

언제나

불볕 더위에
시원한 물줄기를
흠뻑 뿌려주시는

어둡고 침침한 마음에
밝고 환한
아침을 주시는

상을 찡그린 이들의 눈 앞에서
웃음띤 얼굴로
조용히 바라보시는

볼 수 없는 분
만날 수는 있는 분

나의 심령 안에서
나의 모든 것을
보고 계신 분
........................

기억하시는 분
용서하시는 분

그리고
잊어버리시는 분

2011년 6월 22일 수요일

길 늙은이

늙은이는
늙어야합니다.

세월을 잡으려 하지 말고
그냥 보내야 합니다.

가끔씩
옛 발자국들의 모양을 살펴보면서

아직 가야할 길을
가늠해 보아야 합니다.

언젠가 젊은이에게
그 길을 넘겨주고서

세상 모든 늙은이가 가는 길을
따라가야하기 때문입니다.

2011년 6월 3일 금요일

밭 주인의 뜻

공들여 가꾸어 논 밭이랑에서
웃자라
모습을 뽐내어 보려 하지만

살기 좋은 밭이랑에서
웃자라
세상을 다스리려 하지만

밭의 주인은
웃자란 잡초를 뽑아버리고
공평한 사회를 만들어

어깨동무
상추와 시금치, 가지와 고추의
정다움으로

밭이랑과 밭고랑에
다시
평화로운 세상을 허락하시려니와

2011년 5월 30일 월요일

우리의 주님

눈을 감고
주님을 생각하고 있노라면

빙그레
다정한 모습으로
다가오시는 분

차마 입을 열지 못하고
바라보고 있노라면

주르르
웃음 띤 얼굴에
눈물 흘리시는 분

고개를 숙이고
잘못을 고백하고 있노라면

슬며시
내 마음 깊은 곳에
평안을 넣어주시는 분

2011년 5월 24일 화요일

노년의 태양



노년의 태양은
아침 물새들이 노니는 남쪽 바다에서 시작되었다.

이제 막 솟구치는 저 힘
얼마나 큰 믿음으로 다가올 것인가...

아! 그리움
웅장한 너 대지의 마음아

(강웅식 사진작가의 산방산 감상문)

2011년 5월 4일 수요일

봄꽃 이야기

마음에서 싹튼 씨앗
봄이 되어
세상에 하늘에 봄소식 전하려고
꽃을 피웠다

마음껏 봄을 노래하던 꽃잎들
하나씩 둘씩 고개 숙이며
살던 자리에
더 아름다운 열매를 맺으려고

2011년 5월 2일 월요일

한밤에 찾아오시는 분

한밤에 찾아와
내 마음을 두드리시는 분

거칠어진 내 숨소리에
귀를 기울여 주시는 분

언제나 아픈 마음을 골라
치료해 주시는 분

나의 영혼 깊은 곳에
평안을 심어주시는 분

아,
평화의 주님 사랑의 주님
내 부활의 주님이시여

2011년 4월 30일 토요일

겨울시금치의 봄이야기

겨울시금치는 마음이 없습니다
그냥 무럭무럭 자랄 뿐입니다

눈비 오는 날에도 바람부는 날에도
그냥 파아랄 뿐입니다

겨울시금치는 마음이 없습니다
하늘로 솟아올라 꽃을 피우고 싶을 뿐입니다

온갖 봄의 이야기들이 떠들석하여도
겨울 시금치는 말이 없습니다

그 춥고 긴 겨울이 시작되기 전
마음을 아주 깊은 곳에 묻어버렸기 때문입니다.

2011년 4월 18일 월요일

돌아가는 길



돌아가는 길
다음은 알 수가 없다.

그곳에는 분명
나무와 풀과 길이 있으리니

지나간 세월처럼
내게 주어지는 길을

즐기며
열심히 걸어갈 뿐이어니와

*사진 - 사진작가 강웅식 작품중에서

2011년 4월 10일 일요일

서우봉의 봄



서우봉의 황금빛 바다
봄 햇빛을 받아 더욱 찬란하다

유채꽃을 닮은
아름다운 저 바다

그 향기를 만나러
숨가쁘게 달려온 봄
그리고 그리움


*사진 - 강웅식

2011년 4월 8일 금요일

4월에

웅장한 대지의 움직임은
늙은 농부의 팔뚝에서 시작되었습니다

겨우내
그 모진 눈비를 참고 견뎌낸
대견스러워 보이는 밭두렁

다시
늙은 농부의 손으로
물길 고랑을 만들고
씨앗들을 심을 이랑을 일구었습니다

이제 모든 봄밭에
씨앗들을 뿌려놓으면

봄과 여름
그리고 가을을 지내는 동안

아름답고 향기로운
삶과 생명의 보람들이
온 천하에 가득하게 되겠지요?

2011.4.2.

오늘 아침에

배실에서 떠오른 아침태양
찬란한 빛을 발하며
내게 다가와

기도를 마치고 나오는
나의 손을 붙잡고
반가워한다

하늘의 뜻을
전하려했을까

이내
잡았던 손을 놓고
다시
하늘 높은 곳으로 달려가고 말았으니

*배실, 가마실, 고래실 등 큰 배를 뜻하는 넓은 평야지대의 지역이름들

2011.3.26.

꽃피는 봄

꽃피는 봄이 와도
겨울 눈발이 떠나지 못하는 것은
봄을 기다리는 이들의 마음이
아직 겨울이기 때문이리

꽃피는 봄이 와도
겨울 바람이 떠나지 못하는 것은
봄에 살고 있는 이들의 행동이
찬 바람을 부르기 때문이리

아 이제는
함께 봄마중 가오리
아 이제는
모두 함께 봄태양을 맞이하오리

하여
우리들의 산과 들에 꽃이 피어나고
우리들의 마음에는 따스한 바람이 불어 오도록

2011.3.24.

겨울 시금치

그 추운 겨울을 견뎌낸
대견한 겨울 시금치들이
어느새
푸르스름하게 풍채를 갖추었다.

겨우내 웅숭그리고 살던
사람들에게
당당히 삶을 가르쳐주는 시금치의 풍채


그들은 바로
봄 아가씨의 화신이었던가

2011.3.22.

봄구름

봄구름 얼굴에는 미소가 있다
봄구름 마음에는 용서가 있다

캄캄한 밤 달빛을 타고와
속삭여 주는 봄구름의 이야기는

언제나
달콤한 사랑이야기

2011.3.13.

캄캄한 밤에는 별빛이 더 찬란하다

달빛이 없는 캄캄한 밤에는
별빛이 더 찬란하다

달이 빛을 잃음도
달의 게으름 때문이 아니다

나의 못난 자아가
빛의 근원을 가리웠기 때문이다

아, 새벽녘 북쪽 하늘 높은 곳에는
언제나
찬란한 빛을 발하는 큰 별이 하나 있으니

2011.3.5.

작은 불빛 큰 불빛

교회 뜨락 너머로 보이는
작은 불빛
여러 개

그곳에
영혼들의 만남이 있겠지

사랑하는 이들의 눈이 있고
슬퍼하는 이들의 눈물이 있겠지

견디는 이들의 마음이 있고
못 견디는 이들의 아픔이 있겠지

다시 새벽이 시작될 때
큰 불빛 있는 곳에 모여

사랑과 슬픔에 대하여
마음과 아픔에 대하여

하늘에 계신 주인에게
여쭈어 볼까봐

(교인들이 다 돌아가고
교회 불도 다 꺼진 시간에
태신자들의 집을 바라보며)

2011.2.27.

2011년 2월 26일 토요일

새벽기도 가는 길에 만난 하늘

새벽기도 가는 길에 만난
하늘
파랑새 되어

온통
집 안과 밖에
봄 하늘을 뿌려댄다

하얗던 집도
어느새
파랑새 되어

훨훨
송두리채
봄소식 따라가고

2011년 2월 13일 일요일

오늘 밤의 명상

제단 위에 각을 떠 올려놓은 몸
엘리야의 불을 기다려

활활 뜨겁게 뜨겁게
삼일 밤낮을 뼛속까지 태워버리고서는

강물에 흩날리려고
산과 들에 흩어져버리려고

아,
아름답게 춤추는 마음이여
흥겹게 노래하는 내 영혼아

2011년 2월 7일 월요일

주님의 눈동자

어두운 밤
길 밝혀 주시는
주님의 눈동자

길 잃고 지쳐 쓰러지려 할 때
날 바라보고 계신
주님의 눈동자

낙심하여 땅에 떨어진 마음을
안타깝게 바라보고 계신
주님의 눈동자

그리고
함께 눈물을 흘리고 계신
주님의 눈동자

주님의 눈동자 말씀하시기를
사랑하는 나의 사람아
사랑하는 나의 사람아

2011년 2월 3일 목요일

지내는 겨울 견디는 겨울

지내는 겨울은 즐거운 겨울
견디는 겨울은 고통스러운 겨울

흐르던 눈물이 떨어지다
눈발이 되어 흩날리다

고통은 슬픔이 아니다
그냥 견디면 되는 것을

눈 쌓인 보리밭에는
푸릇푸릇
어느새 봄타령

2011년 1월 31일 월요일

겨울 독백

작년보다 더 추위를 타는
예순 아홉의 아내

젊어서도
유난히 추위를 타더니

겨울 추위에 이부자리를 뒤척이며
못난 영감을 바라본다

마음 속으로
아내에게 변명하는 말

이 추위에 밖에서 지새우는
노숙자들을 생각해보세요

잠시 후
마음 속 다른 구석에서 들리는 소리

에이
이 주변머리 없는 영감아
속알머리도 없구먼.....

2011년 1월 26일 수요일

日課表(일과표)

새벽에
주님이 기다리시는 곳에
졸음과 피곤을 참고 나아간다

아침에
만남이 기다리는 곳에
보람과 열매를 찾아 나아간다

한낮에
나의 손길을 기다리는 곳에
힘과 정성을 다하여 나아간다

저녁에
나의 사랑을 기다리는 곳에
기쁨과 즐거움으로 나아간다

한밤에
나의 꿈을 기다리는 곳에
나의 온몸으로 꿈꾸며 나아간다

꿈속에서
하루의 삶을 감사하며
주님의 보좌 앞으로 나아간다

2011년 1월 10일 월요일

주님전 상서 2011

세상을 내게 주심 감사합니다
세상에서 자유함을 주시니 감사합니다

아담이 만물에게 이름을 주었듯이
나도 만물에게 이름을 주었습니다
내게 필요한 것과 필요하지 않은 것
내가 사랑하는 것과 사랑하지 않는 것

괴로운 밤을 지날 때
파아란 아침 주심을 감사합니다
슬픈 밤을 지날 때
웅장한 아침태양 주심을 감사합니다

밤 하늘에 가득한 별들처럼
헤아릴 수 없는 은혜 주심 감사합니다
이 세상을 아름답게 꾸밀 수 있도록
우리에게 사랑을 가르쳐주심 감사합니다

2011년 1월 8일 토요일

선악과를 토해버렸으면 좋겠다

선악과를
토해버렸으면 좋겠다
목에 걸려 숨이 막히게 하는

선악과에서 얻은 것은
지혜처럼 보이는 악한 꾀 뿐인 것을

가정을 파괴하고
교회를 파괴하고
국가를 파괴하고
세계의 평화를 파괴하는
지혜로운 사람들의 악한 꾀

우리는 예수님의 제자들
막달라 마리아를 용서하시는
큰 사랑의 후예들

우리 모두
우리들의 숨통을 조이는 선악과를
토해버렸으면 좋겠다

하여
주님의 큰 사랑 속에
묻혀 살았으면 좋으련만

2011년 1월 6일 목요일

새해의 결심

하나님 앞에서
멍텅구리같이
하나님의 눈을 속이지 말아야지

하나님 앞에서
멍텅구리같이
하나님의 자녀들을 미워하지 말아야지

하나님 앞에서
멍텅구리같이
하나님으로부터 도망가지 말아야지

2011년 1월 4일 화요일

새벽기도 시간에

삶이 축복인 것을
생명이 상급인 것을

하나의 소원만 응답받으면
행복한 것을

2011년 1월 2일 일요일

새해의 소망

빛을 잃은 초승달
볼품 없어도
밤길 가는 외로운 나그네에게는
커다란 희망이려니와

망망한 흑암절벽 밤하늘에
그나마 작은 별빛 하나
길잃은 괴로운 나그네에게는
커다란 희망이려니

새해 첫 주일에
우렁차게 떠오르는 태양의 소리가
우리들의 심령 깊은 곳에
물결치듯 몰려오는 것 같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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