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월 2일 금요일

어머니 생각

나는 소야
이 집에 일하는 소야
미련하게 일만하는 소야

늘 그렇게 말하시던 어머니는
손발이 터지고 피가 흐르도록
그렇게 일만하시다가
늙어 돌아가셨습니다

70년 동안을
시부모와 시댁식구들과 자녀 손들을 위하여
그렇게 일만하시다가 돌아가셨습니다

자녀 손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자다가 가게 해달라고 기도하시던 어머니는
3일 밤낮을 주무시다가 가셨습니다

마치
평생에 쉬지 못하시던 것을
한 번에 취하시듯
주무시다가 가셨습니다

어머니가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고
소의 해가 되었습니다
돌아가신 어머니의 모습은
소가 아니었습니다

머리가 새하얗게 세고 허리가 꼬부라진
늙고 가녈픈
한 여인이었습니다
..................................................
*어머니 소천 9개월이 되었습니다.


12월26일 밤에

나에게 남은 시간이 닷새뿐이라면
첫 번째 날엔 높은 산에 올라
삼라만상을 살펴보겠습니다
주님이 내 평생을 위하여
내게 허락하셨던 삶의 터전들을

나에게 남은 시간이 닷새뿐이라면
두 번째 날엔 넓은 바다가 보이는 해변에서
육지를 향하여 오고 가는 푸른 파도를 보겠습니다
주님이 내 평생을 위하여
고난을 이기는 교재로 주셨던 것을

나에게 남은 시간이 닷새뿐이라면
세 번째 날엔 넓은 대지가 있는 곳으로 나아가서
식물과 동물들이 맘껏 생육하고 번성하는 모습을 보겠습니다
주님이 내 평생을 위하여
더불어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어 보라고 하셨던 것들을

나에게 남은 시간이 닷새뿐이라면
네 번째 날엔 밤을 기다려
밤하늘에 가득한 별들을 헤아려 보겠습니다
주님이 내 평생을 위하여
베풀어 주신 사랑과 은혜가 얼마나 많을까 생각해 보면서

나에게 남은 시간이 닷새뿐이라면
마지막 날엔 조용한 곳을 찾아가
눈을 감고 주님의 음성을 들어보려고 합니다
주님이 내 평생의 마지막 시간에
어떤 말씀을 들려주실까 들어보기 위하여

그리고
그 주님과 함께 그룹을 타고
주님이 계신 그곳을 향하여
훨훨
날아가 보려고 합니다

2008.12.26.

새삼스리(12)

슬픔을 깊은 곳에 심고
눈물을 기다렸더니
이상하네요 웃음의 꽃이 피었습니다

몰래
누가 다녀가신 것 같아요

기다려도 기다려도 오지 않길래
대문을 닫아걸었더니
소원이란 녀석 안방에 앉아 있더라구요

언제나
내 곁에 있었다는군요

그뿐이 아닙니다
이상한 일이 많이 있었습니다.

낙엽이 쌓이더니
그 자리에서 새순이 돋아나고
깨어진 바위 사이에서는
샘물이 흐르더군요

아마도 이 세상에는
우리가 알 수 없는 그 누가 계신가봐요

2008.12.16.

싼타클로스의 선물

춥고 어두운 골목 안에서
싼타클로스를 만났습니다
썰매도 없이 큰 보따리를 메고 거니는 모습이
매우 힘들어 보였습니다

아직
대강절 첫 번째 주간인데
웬일일까

어린아이 같은 마음으로 다가갔습니다
그리고 조용히 기다렸습니다

짐을 내려놓은 싼타클로스는
안에서 선물을 한 움큼 꺼냈습니다
그리고 말하였습니다

이 세상에서 가장 귀한 선물이라네
그런데 아무도 받으려 하지 않는구먼
자네가 몇 개 가져가려나

나는 그 선물을 보고 눈물을 흘리며
한껏 마음의 문을 열고 받아들였습니다

그것은
주님의 십자가였습니다

지금 나의 깊은 곳에서는
주님의 울음소리가 들려오고 있습니다

엘리엘리 라마사박다니
엘리엘리 라마사박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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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2.02.~05. 일영연수원에서
서울엠마오가는길 29기가 있었습니다.

2008.12.06.

새삼스리(10)

사랑은 마음의 모습이며
사랑은 아름다운 진리이다

마음이 담기지 않은 사랑은 거짓 사랑이며
아름답지 못한 사랑은 거짓된 사랑이다

누가 상을 찡그리고 사랑을 말하는가
누가 험한 말로 사랑을 표현하는가

사랑은 마음에서 울어나오는 것이며
사랑은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이다

왜냐하면
사랑의 본체는
바로 하나님이시기 때문이다

2008.11.27.

새삼스러운 아쉬움

부지런히 스쳐 지나가는 신사
뒷 모습이 낯익다
앞에 무엇인가를 바라보고
부지런히 걷고 있다

내 궁금증을 그의 어깨에 얹고
조용히 따라가 보았다

그가 가고 있는 곳에서
은은한 향기가 날려오고 있다
여인일까?

아, 봄처녀!
모두에게 희망을 주던 아름다운 그녀

봄도 여름도 다 지나고
가을 추수가 한참인데
이제사 새삼스리 봄을 그리워하다니

급히 내 곁을 스쳐 지나간 신사
그는 바로 나의 아쉬움이었어라

2008.11.08.

가을에

찾아온 가을 손목을 잡고
늙은 친구의 주름살 따라 거닐어 보았다

개울가에서 멱감는 천둥벌거숭이
참외서리하다가 꽁지가 빠지게 도망가는 개구장이
친구의 빈 도시락에 몰래 무당개구리를 넣고 낄낄대는 녀석
미인과 결혼하고 싶다고 소원을 발표하는 숙성한 소년

찾아온 가을 손목을 잡고
서리가 하얗게 내린 친구의 머리카락을 들추어보았다

밤을 낮처럼, 낮을 밤처럼 잠을 설치고 책과 씨름하는 공부벌레
몸을 부서뜨리며 일에 파묻혀 청춘을 불사르는 미련퉁이
그리고 자라나는 손자손녀를 바라보며 웃음을 이기지 못하는 노인

찾아온 가을 손목을 잡고
추수가 한참인 넓은 대지를 바라본다

그리고
또 바라본다
..........................................................
*고교 졸업 50주년 특별한 가을

2008.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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