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빗소리에
잠에서 깨어
후줄근한 모습으로 달아나는
여름을 바라보았다
그는
무더위만 준 것이 아니다
자신을 불태워
만물을 익혀주었다
넘치는 그 수고가 흠이 되어
모두의 미움을 사고 말았다
여름은 떠나면서 다짐을 한다
내가 다시 오나 봐라
그러나
우리 모두는 알고 있다
만물은
자기의 뜻대로 사는 것이 아니라
주어진 사명대로
살아가야 한다는 사실을
밤새
날개를 준비했나봐
이른 새벽
서둘러 길 떠나시다니
늘 꿈꾸시던
저 높은 곳으로
힘차게 힘차게
솟아오르시다니
(134번째 소천한 고교친구)
나의 태양은
늘 어두움을 헤치고 솟아올라
나에게
밝고 화안한 아침을 건네주고는
하늘 높은 곳에 둥둥 떠서
종일 나의 길을 비추고 있다가
나의 발걸음이 피곤할 때면
서산을 붉게 물들이며 숨어버린다
아, 주님이 나를 위해 만드신
저 아름다운 태양이
인간을 향한 주님의 아가페
그 거룩하심이
주님께 드리는 우리의 찬양을
주님을 향한 우리의 마음을
뜨겁게 한다
그런데
여름 무더위가
나를 부끄럽게 한다
그 뜨거움이
주님을 향한 우리의 사랑보다
더 큰 것 같아서
아, 흐린 아침하늘이
이리도 반가울 줄이야
좍좍 내리는
한바탕 빗줄기를 상상해본다
하늘과 땅에 가득한 무더위와
마음 가득 쌓인 짜증 덩어리들
시원하게 쓸어가버리는 통쾌함을
믿음으로 기다리고 있다
그동안 화를 낸 것이
보탬이 되었을까
낮이고 밤이고
너무 뜨거워
밤새 무더위로
잠 못 이루는 아내를 보고
많이 깊이
반성하고 또 회개하였다
덥다
살아있기 때문이다
추위와 더위를 모르는 것은
삶이 아니다
일하는 삶에
땀흘림과 더위가 없으랴
더위와 땀흘림이 멈추는 날
삶도 멈추리라
하늘나라에서
다시 만날 때까지
귀에 철판을 깔고 살면
까마귀 소리 참새 소리
모두 아름답기만 한데
자상한 귀가
새소리를 해석한다
무슨 노래일까
무슨 뜻이 있을까
흘려버리면
그냥 아름다운 예술인 것을
주님의 품에서
평안히 잠들려한다
주님의 사랑 속에서
꿈속을 거닐어보련다
갈릴리 호숫가
엠마오 가는 길
겟세마네 동산의 기도와
골고다 언덕의 십자가
함께
꿈길을 걸어가면서
아직은
몽롱한 새벽
어젯밤 꿈이 떠나지 않고
손을 잡아 이끈다
오늘을 맞이하려는 나에게
꿈길을 걸어가잔다
그럴 수 없는 것이
오늘이 시작되어야
내일이 있을 것 아닌가
무더운 여름이 있어
시원한 가을겨울을 기다린다
뙤약볕 아래에서
바람부는 언덕을 상상하며
히말라야의 만년설을 떠올려
상상휴가를 다녀오곤 한다
해수욕장의 푸른 바다
백운대에서 바라보는 하늘과 땅
인간의 몸과 마음이
하늘과 땅의 조화를 닮은 것일까
大鵬의 날개를 빌어
삼천리를 날아오를까
광활한 그 곳에
넓은 돗자리를 펴고
별들의 불꽃놀이를 보며
더위를 피해볼까
더워
정말 더워
해가 떴다
놀라운 주님의 사랑
그 빛은
나의 꿈과 미래를 밝혀준다
얼마나 큰 사랑이기에
뜨거워 뜨거워
허나 모두가 행복하다
익어가는 열매가 있기에
천국은
더운 곳일까 추운 곳일까
천국에는
용서받은 기쁨이 있으리라
선택받은 감사가 있으리라
그곳에는
주의 영광 가득한
밝음이 있으리라
그리고
만남과 안식이 있고
영원한 삶이 있으리라
이세상의 수고가 끝난
그 어느 날 부터
밤에만 꿈꾸랴
인생이 꿈인 것을
삶이 끝나면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다
삶의 이야기를
누구도 듣지 않는다
오직 예수그리스도만
모두의 삶에 모든 것을 걸었다
오늘이
나의 미래이다
오늘 걸어가는 발걸음들이
나의 삶의 모습이다
어젯밤 꿈 손을 잡고
함께 나아가려고 한다
하여, 주님께 기도한다
오늘도 인도하여 주시옵소서
밤
조용히 눈을 감고
높은 하늘을 바라보며
두 팔 발려
주님의 마음을 영접한다
나의 거울이 되시며
나의 목자가 되신 주님
나의 손과 발을
그리고 나의 마음을
주여
받아 주시옵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