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 흐려야
비가 내리는 것을
가뭄도 싫고
흐린 날도 싫고
맑은 하늘에
장마비 기다리는 욕심
어두움이
너를 붙들어 두려고
새벽까지 따라왔으나
뿌리치고
만물을 밝혀주는
하늘의 사명자여
너는 생명이 없어도
숨 쉬듯 쉬지 않고
매일 아침을 밝히는구나
나 비록
하나님의 형상을 지녔어도
너를 보면 늘 부끄러운 것은
가끔
힘을 잃고
사명을 잊어버리기 때문이어니
아직 평안히 잠든
아내의 숨소리가 감사하다
들창문을 밝히고 있는
아침의 태양이 감사하다
궁금한 미래
오늘을 주신 은혜
모든 만남도
나를 위한 주님의 은혜
흐린 날이 아닙니다
가림막 때문입니다
아직
더위를 맞이할 수 없기에
잠시
뙤약볕을 가리었습니다
하늘의 은혜는
늘 이렇게 구체적입니다
구질구질한 날씨가 아닙니다
늦은 봄 시원한 아침입니다
오늘을 맞이하는 이에게
기회가 있다
오늘을 살아가는 이에게
행복이 있다
오늘의 길 끝에는
다른 오늘이 있다
내일은
기다리는 또 하나의 오늘이고
오늘과 비교하고 싶은 그리움 속에
지나간 오늘들이 있다
꽃이 진 후
열매가 있는 것은
아름다움과
향기가 있었기 때문이다
길은
이어져 있었다
산을 넘으면
다른 산이 있었고
강을 건너면
다른 강이 있었다
고난은
길을 정복하는 수고이다
언젠가
가던 길을 멈추었을 때
모든 것이
끝날 것이다
고난과 수고는
성공한 삶의 내용이다
저 태양을 붙들고
함께 길을 가면
미래로 가는 길이
훤하게 보일 터이지
검은 구름이
하늘을 가리우고
비바람이
온 땅을 덮으려 할 때
저 푸른 태양을
꼭 붙들고 가기만 한다면
하늘은
늘 푸른 하늘이다
마음에
구름을 띄우지 않는다면
바보같이
하늘을 가리지 않는다면
삶은 늘
푸른 희망으로 충만하리니
강물은 흘러
바다로 간다
그러나
다 바다로 가는 것은 아니다
흐르다 또랑에 빠져
논밭에 흘러들기도 하고
더러는 흐르다 지쳐
하늘에 돌아가기도 한다
다
바다로 가지 않는다
웅덩이에 빠져
헤어나지 못하고
붕어와 잉어와
마을을 이루기도 한다
바다로 가는 자만
행복한 것이 아니다
바다로 가는 길가에 들려
아름다운 세상을 꾸미기도 한다
우리는 주님께서
눈동자와 같이
사랑하는 사람들이다
주님은
불꽃 같은 눈으로
우리를 살피고 계신다
주님 안에 있는 존재이기에
우리는
주님을 속일 수 없다
지난 밤
하늘 향한 뭉게구름 속에
모든 근심걱정을 실어 보냈더니
맑게 갠 아침 하늘엔
밝은 미소만 가득하다
발걸음을 또 더럽히랴
저 푸른 하늘을 바라보면서
省墓
나는 소야
나는 일하는 소야
하시면서
많은 일을 하시던 어머니
평생의 피곤한 몸
일주일을 주무시더니
그대로 주님 곁으로
떠나신 어머니
9년이 지나도록
아직 주무시고 계신 곳에
한동안 머리 숙여
귀를 기울여 보았더니
말없이
주무시고 계신 어머니
따듯한 늦은 봄 햇빛
어깨를 두드리는 모습이
생전의
어머니 모습 닮은 듯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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