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숭숭
잠이 안 온다
우리는 모두
반짝이는 모래알인가
더 작게 부스러져
진흙이 될 수는 없을까
서로 어울려
벽이 되고 지붕이 되어
대대로 물려줄
기와집을 만들 수는 없을까
지금 내가 하는 것
후회하는 일이 없어야한다
길은 되돌아 올 수 있어도
세월은 되돌릴 수가 없기 때문이다
옛 일을 생각해보면
잘못한 일이 너무 많다
지금 내가 하는 이 일은
누군가에게 물려줄 수 있어야 한다
주일 아침
날이 밝아온다
어두움에 쩌든 마음에도
희망의 빛이 비친다
빛은 하나님이 만드신
최초의 피조물
그 앞에
숨기울 것이 없다
하루가 다하고 밤이 깊었어도
잠들지 못하고 뒤척거리고 있음은
하루를 마감하지 못하고 있는
아쉬움 때문이리라
하루를 주신 주님께 감사하고
생명을 주신 주님께 감사하고
나라의 평안을 위하여 간구하고
자녀손들의 행복한 미래를 구하고
선교사들과 노숙자들을 위한
평안과 은혜를 구하고
누워도 잠이 오지 않는다
오늘도 허송세월을 한 것 같다
믿음의 열매가 없었다
오늘도 말뿐인 믿음이었다
이만하면
잘 살지 않았는가
비록 지금은 궁핍하고
허리가 굽었어도
눈을 들어
푸른 하늘을 바라보고
산등성이 옛 기도 자리에
무릎 꿇을 수 있잖은가
한밤중 모기 소리
들창 밖 고양이 소리
영혼에 들려오는
평안을 주는 음성
이만하면
복받은 삶이 아니겠는가
가을이 지나면 겨울이 오고
겨울이 지나면 봄이 온다네
우리는 시간의 가을에서
영원한 봄을 기다린다네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아름다움이 있는
영원한 봄을 기다린다네
(1)
가던 길 멈추고
가고 있는 길을 생각한다
(2)
지나온 긴 여행
생각해보면 짧다
(3)
믿음으로
가던 길을 계속 가려고 한다
(4)
새로운 만남은 기쁨이다
그것이 새로운 삶이기에
밤하늘
저 고요함 속에
생각의 찌꺼기들을
확 뿌려놓고
가을 소낙비로
벅벅 씻어볼까봐
저 아침 태양
손 붙들고 따라가면
조금
고상해질 수 있을까
황혼 무렵이면
다른 나를 볼 수 있을까
적막
그 속에 속삭임이 있다
추억 속에
숨겨놓았던 사랑 이야기
그리움을 틈타
눈앞에 어른거린다
다정한 음성
사랑한다 내 아들아
날개가 없는 것은
새가 아니다
하늘을 그리워하지 않는 것은
새가 아니다
하늘과 하늘의 소리를
싫어하는 사람
그는
하늘에 속한 사람이 아니다
하늘을 나는 새는
발자국이 없다
높이 높이 나는 새는
먼 곳을 오가는 새다
커다란 사자의 발자국도
조그만 다람쥐의 발자국도
가랑잎이 지고 흰 눈이 쌓이면
모두 사라지고 마는 것을
길가는 나그네에게는
길이 있을 뿐이다
애써
발자국을 남기지 않는다
비록 구름이 하늘을 가리었어도
동녘은 환하게 밝아오고 있었다
그래도
푸른 하늘을 생각하자
높이 나르는 기러기를 떠올리자
지금은 추수의 계절
방앗간의 절구 소리를 들어보자
두리번거려도
보이지 않고
기다려도
만날 수 없는 분
새벽 동이 터올 때
빛 속에서 말씀하신다
네 안에 있는 나를
왜 밖에서 찾느냐
가을 낙엽에
눈물이 흥건하다
봄을 그리워함일까
겨울의 두려움일까
아닐세
열매를 얻지 못하는
가을 아비의 슬픔일세
천국에 가는 길
얼마나 왔을까
애타게 기다리시는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
분명 끝이 있는 길인데
가다가 바라보고
가다가 바라보고
다리가 아파서인가
허리가 아파서인가
아, 십자가만 붙들면
쉽게 갈 수 있을 터인데
검은 구름이 하늘을 가리어도
하늘의 문은 활짝 열려있다
비구름이 천둥번개를 동원하여도
하늘의 소리는 막을 수가 없다
하늘의 문은 그 사랑 속에 있고
우리의 귀는 그 믿음 안에 있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