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를 하다가
문득 깨달은 것은
십자가 앞에서
염치없는 기도를 하는
내 자신의 모습이다
아,
얼마나 고통스러우셨을까
나의 죗값을
대신 짊어지신 주님
아,
얼마나 수치스러우셨을까
그 십자가 위에서
하나님, 하나님
왜 나를 버리시나요
피눈물을 흘리며
울부짖으시던 모습
피눈물을 흘리시는
그 고난의 십자가 앞에서
나는 염치없이
나의 복을 구하고 있었다
인간의 탈을 쓰고
그럴 수가 있을까
십자가 앞에서
부끄러움을 느끼는
양심을 회복하려고 한다
하여
십자가의 고난과
그 의미를
더 깊이
묵상하려고 한다
아직 멀었어
바른 신앙인이 되려면
아직
멀었어
은혜가 아니면
정말 아닌게야
1647
노인들의 아침에는
해가 떠오른다
늘
밝아오는 새날을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오늘은
어제가 아니다
새날을 기다려
새로운 세상을 맛보고 싶다
아름다운 세상
그건
어제가 아닌
새 날 속에 있기 때문이다
1646
달려가는 사람과
걸어가는 사람이 있습니다
달려가는 사람은
시간이 모자라는 사람이고
걸어가는 사람은
시간이 넉넉한 사람입니다
시간의 흐름 속에서
삶의 속도를 맞출 수는 없을까
시간의 흐름이
모두에게 같은 느낌이라면
삶의 내용이
재미가 없을 것 같기도 하고
1645
불과 구름기둥보다
더 확실한
예수님의 삶의 모습과
영생을 위한 가르치심이 있다
성령으로 함께하시고
말씀 속에 살아계신 주님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동안
함께하시는 주님
1644
밤과 아침 사이에는
기도가 있습니다
기도하면서 잠들고
잠에서 깨면 기도합니다.
하루의 삶을 감사하고
새날을 허락하심을 감사합니다
이 생명과 존재가
주님의 은혜이기에
우리들이 생명에는
주님의 숨결이 있습니다
미래로 가는 길과
늙어가는 길은
같은 길이었다
푸른 하늘에
둥둥 떠다니는 흰 구름
삼각산 숲속에서 들리는
솟적새와 뻐꾸기 그리고 종달새의 노래소리
그 아름다움 속에
신바람 나게 걸어왔는데
문득
깨달은 것
함께 길을 가던 사람들
모두 늙어버렸다
미래로 가는 길과
늙어가는 길은
같은 길이었다
미래는
선택하는 것이 아니다
삶 속에
숙명으로
주어지는 것이다
미래를 싫어하고
늙는 길을 피하랴
늙는 것도
신비한 경험이고
새로운 도전인 것을
그래서
삶은 늘 신비롭고
또 황홀하게 아름다운 것을
1642
하늘 사다리
하늘에 있지 않고
하늘 향하여
땅에 놓여있다
한칸 한칸
기도하면서 올라가는
하늘 사다리
하늘에 가는 사다리
그 뿌리는
십자가가 있는 자리였네
십자가는
하늘 사다리의 뿌리
하늘에 올라가는
하늘 사다리
1641
주님 늘 내 안에 계셔
내 길을 인도하시네
험한 산 외로운 숲속에도
나와 동행해 주시네
나는 외롭지 않네
나는 고단하지 않네
이 세상 끝날까지
나와 동행하시는 주님
이 세상 끝날 이후에도
나와 동거하시는 주님
나는 믿네 나의 주님을
나는 믿네 주님의 그 사랑을
1640
믿음이 있는 곳에
평안함이 있고
평안함이 있는 곳에
행복함이 있다
하여
믿음이 있는 곳에는
행복함이 있다
우리가 믿는
하나님 아버지
세상을 만드시고
섭리하고 계신
나의 하나님
우리 모두의 아버지
아버지
하나님 아버지
모든 구름은
하늘에 있다
삶 속에
구름이 보일 때
하늘 아버지를
가까이 만날 수 있다
조용히 눈을 감고
기도를 하노라면
따듯한 주님의 품을
느낄 수가 있다
이 세상은
우리를 향하신
주님의 사랑이기에
가을은
가을을 기다리는
마음에서 시작된다
가을은
겨울로 가는 길목에 있다
찜통 더위로
정신이 혼미해질 무렵
흰 눈 덮인 태백산맥을 무릎꿇리는
동장군을 상상해본다
그리고
그 길목에서
가을바람을 만끽한다
가슴을 활짝 열고
가을의 숨결을 품어본다
이제
가을이 되었다
우리가 기다린 것은
가을이 아니다
하늘과 땅을 이어놓는
흰눈으로 덮인 세상의 모습이다
깨끗하고 성결한
조물주가 만든 세상
원래의
그 모습
1637
부지런한 모기
잠을 깨운다
왱왱거리며
눈을 더 못 붙이게한다
아침 삼십분
꿀잠을 깨운다
창 밖에는
아침해가 기다린다
잘 깨웠어
오늘 할 일이 많아
모기와 주고받는
가을 아침햇살
1636
아직 단풍이 익어가는
가을 한 복판
뜨거운 태양빛을
가을바람이 식혀주곤 한다
가을의 주인에게
편지를 써볼까
뜸북새와 솟적새
비둘기와 다람쥐
차례차례
노래를 시켜볼까
가을바람이
더 시원해질 수 있다면
1635
할 일이 있어
오늘이 즐겁다
갈 곳이 있어
오늘이 반갑다
보고싶은 사람이 있어
오늘이 행복하다
나에게
오늘이 있어
모든 것을 시작하고
마무리할 수가 있다
언제나
기도할 수가 있어
나의 미래를
바라볼 수가 있다
16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