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엽이 지는 소리
들리지 않는다
조용히 내려와 썩으며
대지가 되는 동안
눈보라에 뒹굴던 가랑잎을
기억하는 이 없다
사라진 나뭇잎들은
광활한 대지의 마음이 되었다가
새벽 동이 터올 때
빛을 찬양하는 노래가 되오리
황혼의 태양이
더 붉게 타오른다
비록
밤이 찾아 와도
어두움 저편에는
밝은 태양이 달려오고 있음을
꼭
기억해 달라는 듯이
더위처럼
추위도 잊은 채
따듯한 보금자리에서
두 손을 모은다
오늘도 주님의 품안에
잠들 수 있음은
나를 위해 돌아가신
십자가가 있기에
세월이
흐르는 것을 보았다
봄 여름 가을 겨울
꼬리를 물고 늘어서서
우주의 대 심연을 향하여
달려가는 것을 보았다
겨울 노인은
거울을 보지 않는다
추억 속에서
봄향기를 더듬거릴 뿐
꿈이 옷을 입고
아침이 되었다
빛이 되어
길을 보여주기도 하고
마음이 되어
용기를 주기도한다
꿈도
꿈이 있다
꿈의 주인이
늘 행복하게 사는 것이다
내가
아직 여기 있다
존재가 아니겠는가
내가
아직 숨쉬고 있다
생명이 아니겠는가
내가
아직 생각할 수 있다
은혜가 아니겠는가
살아가는 것이다
현재를
묵묵히 살아가는 것이다
생명이 주님의 것이기에
인도하심 따라
살아가는 것이다
삶의 고난이
십자가에 비하랴
십자가 그늘에서
마음을 추스리고
겟세마네 동산 위
하늘 가는 길을 바라보면서
힘차게 힘차게
살아가는 것이다
말세의 징조일까
세상이 뒤숭숭하다
믿음도 없고
의도 없는 곳에
거름을 주고 땅을 고르며
씨를 뿌리는 사람들이 있는데
신비한 샤론의 꽃이
아직 피어나기 전인데
- 북한 핵폭탄 실험 다음 날 -
시작하는 모든 것은
끝이 있다
목적이 있어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아침에 뜨는 태양도
아침을 맞이하는 세상도
그 존재에
끝이 있다
오직 사람에게만
그 영생의 길이 열려있을 뿐
기다림
그것도 삶이다
오랜 세월
기도하며 기다리고 있는 것
아직
이루어지지 않았어도
기다림은
분명 내 삶의 내용이다
되돌아보니
멋있는 친구들이었다
오르던 산에 또 올라
새로운 생명을 찾는 친구
늘 흐르는 개울가에서
새로운 돌을 찾는 친구
늘 읽던 책 속에서
새로운 깨달음을 얻으려는 친구
참 멋있는
친구들이었다
십자가를 준비해 놓으신
주님 앞에 나아가
매일 아침 저녁
복을 달라고 간구하였다
희생을 가르쳐주신
주님 앞에 나아가
머리가 되게 해달라고
늘 기도하였다
인생의 황혼기에
십자가를 바라보니
저 멀리서
등대처럼 깜빡이고 있었다
천국 가는 길가에
주저앉아
오던 길을
되돌아 본다
주님의 십자가와
제자들의 십자가가 즐비한 길
그러나
천국을 바라리라
꿈속에서도 나아가리라
주님 계신 그곳을 향하여
포동포동 살찐
오랜 꿈 한 덩어리
새벽 마음에 넣고
오물오물 씹어본다
틀니 사이에 붙지 않게
조심스레 모아서
붉은 원숭이 꼬리에
살짝 매달아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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