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방현의 자작시
달빛이 없는데도 배추 밭 고랑과 이랑이 보인다 별빛이 없는데도 푸릇푸릇 하늘을 향하고 있는 어린 배추들 아직 가냘픈 몸매 한낮의 뜨거운 태양을 견디지 못하여 숫하게 말라 죽어가고 있다 슬픈 것일까 하늘은 잔뜩 찌푸리고 곧 눈물을 쏟아놓을 것 같으니
새 날이 밝아오고 있습니다 만물이 그림자처럼 나타나고 있습니다 아직 색갈이 없습니다 태양이 온누리를 비칠 때 즈음이면 만물이 자신의 색갈을 되찾을 수 있겠지요 아직은 온 세상이 자신의 그림자 속에 숨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