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5월 10일 토요일

새삼스리(8)

오늘의 아침은 어제의 아침이 아니다 
오늘의 태양은 어제의 태양이 아니다 

같은 근심이라고 말하지 말아라 
같은 슬픔이라고 말하지 말아라 

오늘의 주인공이 오늘을 살아가면서 
아름다운 오늘을 꾸미어 갈 것이어니 

어제의 슴픔이 오늘의 기쁨이어라 
어제의 고난이 오늘의 보람이어라 

어제 밤 새벽 맞도록 꾸던 그 꿈이 
바로 오늘의 큰 행복이려니 

2008.9.20.

늦은 봄 아침

뽁뽁이로 차단한 겨울창문을 뚫고
늦은 봄 아침이 찾아와

하루의 삶을 어떻게 설계했는지
궁금해한다

웃음이 있겠지
기도와 콧노래도 있겠고

분명
사랑도 있을 것이다

감사하면서
다시 꿈을 꿀 것이고

아,
만남과 나눔이 빠졌네

어머니

봄처녀의 눈매가 어머니 닮았다
머리에 꽂아논 아름다운 것들이
어머니의 마음 닮았다

훨훨 봄나비일까
보고픈 마음이 하늘을 나는구나
그곳에도 이곳에도
자취를 감추신 분

봄처녀의 두툼한 그 손목이 눈에 익다
손금도 손재주도

하루종일 바쁜 어머니의 갈라진 그 손가락
얼마나 아프셨을까
때 아닌 봉숭아 물드린 것으로 알고 있었으니

마음 속에 계신 어머니의 추억은
언제나 인자한 봄아가씨의 모습

봄에 대하여

봄이 왔으나
봄을 맞이하는 사람들이 없습니다.

봄은 망서리고 있습니다.
돌아가버릴까.

그러나
봄의 주인이 허락하지 않습니다.

봄은 우리 곁에 머무르며
미소를 보냅니다.

여보세요.
봄이 왔어요.

봄은 우리에게도
봄이 되라고 권하고 있습니다.

2013.4.12.

세월

꿈이었을까
지나온 세월들이

아니

꿈같이 살아온
주님의 품이었겠지

2013.4.2.

부활의 소망

무덤 속 같은 세상
언젠가는 죽어야하는
죽음이 기다리고 있는 세상

높은 자리에 올라가 보아도
귀한 자리에 올라가 보아도
남부러운 재물을 소유하여 보아도

언제가는 모두 버리고
홀로 죽음의 길을 가야하는 세상

아,
주님의 부활이 있어 소망이 있고
주님의 약속이 있어 영생이 있네

아,
주님의 죽음이 내게 영생이 되었고
주님의 희생이 내게 천국이 되었네

할렐루야
주님, 감사합니다
주님, 감사합니다

2013.3.31.

무덤 속

기쁨도 없다
분노도 없다
슬픔도 없다
즐거움도 없다

기다림
기다림이 있을 뿐이다

2013.3.30.

밤과 새벽

캄캄한 밤
보름달이 환하게 웃으며
우리의 길을 밝혀 주었습니다

아직 어두운 새벽
동녘에 떠오른 태양이
큰 뒷골 작은 뒷골 지나 숲원이를 찾아왔습니다

밤에는 달빛을
낮에는 햇빛을
따라가면 됩니다

달빛도 없고 햇빛도 없는 날에는
조용히 눈을 감고
마음 속 등잔을 밝혀봅니다

그리고
주님의 음성을 기다립니다

(작은 뒷골, 큰 뒷골은 지역이름이고
숲원이는 마을 이름)

2013.3.29.

종려주일

예루살렘에 입성하시는 주님을 기다리면
작은 나귀를 만날 수 있겠지

고난을 막아주던 커다란 야자수 잎을
주님 앞에 펼쳐놓으면
나귀의 발자국을 얻을 수 있으리라

주님 오실 날 곰곰 기다리며
그리울 때마다

야자수 잎 펼쳐놓고
주님의 발자취 쓰다듬어 볼 수 있을 터인데

2013.3.24.

어제와 다른 밤에

또 밤이 되었습니다
어제와 다른 밤입니다

어제는 용서를 가르쳐 주셨고
오늘은 행복을 가르쳐 주셨습니다

어제 밤에는
초승달이 삐끔 내다보면서
불안해 했습니다

오늘 밤에는
온통 캄캄한 하늘 아래에
행복이 머물고 있습니다

2013.3.20.

거짓말 같은 사랑

종달새 울지 않는 봄 하늘에
높이 떠올라
예수님의 사랑을 노래하리라

뜸북새 울지 않는 논뚜렁에
이리저리 기어다니며
예수님의 희생을 소문내리라

재롱둥이 제비가 하도 그리워
처마밑 찾아다니며 설득해보리라

얘들아 얘들아
어디 숨었니
예수님은 우리 모두를 사랑하신단다

2013.3.17.

봄바람과 팔랑개비



나는
일곱빛갈 무지개색의 팔랑개비

봄바람이 강하게 불면
빠르게 돌아가야 하고
봄바람이 잦아들면
조용히 휴식할 수 있는

나는
일곱빛갈 무지개색의 꿈을 가진 팔랑개비

너무 강한 봄바람과 함께 돌풍이 불면
망가져 멈추게 되는 팔랑개비

봄바람 속에서도 조용한 팔랑개비
고장난 버려질 팔랑개비

사명을 다한
행복한 팔랑개비

2013.3.11.


봄의 콧잔등에서

캄캄한 밤 
빛을 비추고 있는
저 반달에게 물어볼까

조용히 
그 빛을 쪼이고 있는
뜨락의 모과나무에게 물어볼까

미련스레 버티고 있는
겨울바람의 저 쇠고집을

태양이 가까이 오면
어차피 녹아 흔적도 찾기 어려운 것

몇 밤이 지나면
모두 
봄 속에 묻혀버릴 터인데

2013.3.3.
 

설날 이후

설날 이후

온종일
주님을 만나고 싶어
몸부림치며 쏘다녔는데

지쳐 
체념하고
막 잠이들려는 쯔음에야

새삼스리
내 안에 계신 주님을 발견하다

2013.2.12.

토요일 밤의 꿈이야기

꿈을 꾸는 것일까
천국을 그리워하는 이 마음이

가끔 들려주시는 음성
그 환희의 순간

온 세상을 뒤엎고 싶은 마음을 
눌러 잔잔케 하시는 능력이여

아, 
주님과 동행하는 모든 순간이
바로 천국인 것을

꿈을 꾸고 있는 것일까
꿈을 꾸듯 살아가고 있는 것일까


2013-02-03

 

봄의 씨알맹이가

봄의 씨알맹이가
겨울이불을 덮고 견디며
봄 밭에 나아가 그리던 흙속에 묻혀
벌레랑 지렁이랑 겨울 꿈이야기 나누고저
기자수첩을 꺼내 열심히 메모를 한다

봄 아가씨의 그윽한 향기
숨죽여 기다리면서
   

2013.1.31.

나를 짓밟고 의의 깃발을 세우도록

치워도 치워도 
다시 눈이 내리는 이유는
닦아도 닦아도
다시 더러워지는 내 심령때문이리라

도대체
주님의 십자가 보혈이 
몇 번이나 나의 심장을 지나가야
나의 심령이 정결케 될 수 있을까

할머니가 흘린 눈물이 얼마인가
어머니가 흘린 눈물이 얼마인가
아내가 흘린 눈물이 얼마인가

아 
거울같이 성결한  주님의 보혈을 생각해보면
또 다시 보이는 더러운 이 마음

하늘 향해 두 손 벌려
흰 눈송이들을 받아드린다

흰 눈송이 
나를 짓밟고 의의 깃발을 세우도록

2013.1.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