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0월 26일 화요일

깊은 가을의 성묘

여름내 밭두렁을 기웃거리던
온갖 잡초는 힘들여 뽑았어도
부모님 산소에 가득찬 잡초들을 몰랐었네

아 무정한 녀석
잡초가 떼를 이루어
잔디를 몰아내도록 모르고 있었다니

아들아 아들아
명명중에 들려오는 부모님의 음성
무슨 말을 하시려는 걸까

귀에 맴돌고 있는
그 소리

2010년 10월 19일 화요일

모과나무

헌칠한 키에 날씬한 몸매
뜰 안에 우뚝 선 멋있는 나무

주렁주렁 달려있는 열매가
아주 못생겼다

툭 툭
돌멩이처럼 차례로 뜰에 내렸다가

힘없는 노인처럼 누렇게 변할 때 즈음
사람들의 눈에 띄어 시집을 간다

아 누가 알았을까
그 못생긴 모과가 사랑을 받게 될 줄을

2010년 10월 15일 금요일

너무나 아름다운 가지각색의 하늘

하늘엔 흰 구름 검은 구름이 있고
하늘엔 파란 하늘 붉은 하늘이 있습니다

하늘엔 새털구름 뭉게구름 먹장구름이 있고
하늘엔 어릴 적 그려 논 소년의 꿈이 있습니다

몽골의 가을 하늘은 파랗고 뜨겁기만 하였고
캘리포니아의 겨울 하늘도 파랗고 뜨겁기만 하였습니다

우리에게는 몽골인들이 부러워하는 먹장구름이 있습니다
우리에게는 캘리포니안들 에겐 없는 검은 구름이 있습니다.

봄의 하늘 여름의 하늘
가을의 하늘 겨울의 하늘

우리에게는
너무나 아름다운 가지각색의 하늘들이 있습니다

수많은 하늘만큼 수많은 생각들이 있습니다
여러 가지 구름들처럼 여러 종류의 사람들이 있습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언제나 해가 지고 나면

검은 하늘을 밝히는 달빛과 별빛들처럼
수없이 우리에게 속삭이시는 주님의 음성이 있습니다

2010년 10월 11일 월요일

밤을 서성이는 가을

별이 보이지 않는
어두운 밤
홀로 뜰에 나아가
손전등으로 길을 찾으며
거닐어 본다

갈 낙엽들이 버석거리며 지껄인다
잠이 안 오세요?

낙엽의 주인들이 거들고 나선다
잠이 오시겠니?

정원의 나무들 미소를 머금고
떠꺼머리 잔디머리 빙글거리고 있다

너희들이 인생을 알아?

2010년 10월 9일 토요일

밤과 아침

밤을 기다림은
쉼을 얻기 위함입니다
아침을 기다림은
만남을 갖기 위함입니다

어두워지면
주님 품안에서 안식을 얻고
날이 밝으면
나를 기다리는 것들과 만나봅니다

만나는 동안
팔 다리가 아프겠지요
머리도 아프겠지요

하여
저녁을 기다려
다시 안식을 얻곤 합니다

2010년 10월 2일 토요일

9월의 밝은 별 하나

밤 하늘에 반짝이는 커다란 별 하나
싱글거리며 내게 내려와 눈을 꿈뻑한다
슬며시 내 손에 쥐어준 쪽지

그 분은 당신을 사랑하십니다
그 분은 당신을 기다리십니다

돌아가는 그 별의 뒤통수에
큰 소리 지르며 대답을 한다

알아요
그 분은 당신도 사랑하십니다
그분은 당신도 기다리십니다

힐끗 되돌아보는 그 별
얼굴에는 웃음꽃이 활짝피었다

아 밤 하늘에 반짝이는 커다란 별 하나
동방의 박사들을 기다리는 커다란 믿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