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7월 18일 토요일

바보였을까

그의 시선이 멈추는 곳에는
항상 움직임이 있었다

그의 마음이 멈추는 곳에는
항상 아름다움이 있었다

그의 몸둥아리가 멈추는 곳에는
항상 아쉬움이 있었다

그는
항상 모자라는 사람이었다
힘도, 지식도, 생각도...

2009년 7월 3일 금요일

눈물에 대하여

눈물은 슬픔의 표현이 아닙니다
어두움 속에서 길찾아 헤메이는
살아있는 이슬방울입니다

눈물은 기쁨의 표현이 아닙니다
거룩한 그분을 만나려고 애쓰는
아름다운 안타까움입니다

눈물은 이별의 모습이 아닙니다
영원한 삶을 시작하는 이들이 흔들고 있는
하얀 손수건입니다

시간의 멈춤

시간의 멈춤이 있었다
쓸쓸히 숨을 거두신 분

힘도 있었다 돈도 있었다
지식과 지혜도 있었다

허나
한 인간의 시간이 멈출 때
그것들은 아무 쓸데가 없었다

나의 시간이 가고 있다
너의 시간이 가고 있다
우리 모두의 시간이 흐르고 있다

언제인가
모든 것들의 시간이 멈출 때가 있으리니

봄처럼 여름처럼 가을과 겨울에도

힘들여 힘들여
봄에 꽃을 피우는 것은
화려한 호랑나비의 춤을 보기 위해서인가
앙칼진 땡벌의 질투심 때문인가

고생고생
열매 깊은 곳에 씨앗을 숨겨 논 이유는
산다람쥐의 부탁 때문이려니
청솔모의 심술 때문이려니

까치, 까마귀, 솟적새, 뻐꾸기
소리소리 지절대며 잠 못 이루는 사연은
봄처럼 여름처럼 가을과 겨울에도
세월의 주인 너무 빨리 다녀가기 때문이려니와

파아란 하늘 푸른 숲

하늘이 파아란 것은
파아란 마음이 있기 때문이겠지

숲이 푸른 것은
기다리는 푸른 꿈 때문이겠지

밤하늘에 반짝이는 별들은
푸른 꿈이 영글어서 이겠거니와

푸른 숲이 변한 것은 이루어진 꿈 때문일까
파아란 하늘이 변한 것은 근심과 걱정 때문일까

하늘에 가신 목사님

하늘의 별을 따오는 재주는 없었으나
하늘에 가는 확실한 길을 가르쳐 주었다

스스로 늙고 병들어 죽어가면서도
영원히 살 수 있는 비결을 가르쳐 주었다

깊은 철학을 말해주지는 아니하였어도
삶의 모습은 온통 사랑뿐이었다

一淸橋 밑을 흐르는 맑은 시냇물에
너무나 또렷이 찍혀있는 그분의 발자국

오가는 그분의 모습을 삼청공원은 기억할 것이다
잔잔히 울려퍼지던 그분의 말씀은 북악산을 감돌아 흐르고

南山아 仁王山아
먼 발치에서 기웃거리던 三角山아

승천하는 그분의 영혼을 보았는가
밝고 환한 빛을 발하던 그분을 보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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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웅천 목사님

촌스러운 사람

우리 모두
촌스러운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아스팔트와 시멘트의 냄새를 씻어내고
풀냄새와 흙냄새가 풀풀나는 촌스러운 사람

하늘에서 별을 따오고 공중에 작은 별을 띄우는 재주보다
그믐에는 반딧불을 찾고 보름에는 술레잡기를 하는 촌스러운 사람

대형 냉장고에 가득한 말린 고기와 말린 나물들보다
냇가에서 잡아온 피라미와 미나리깡에서 갖 뽑아온 싱싱함을 즐기는 촌스러운 사람

컴퓨터안에 숨어 가끔 빠끔히 내다보는 닮은 꼴 지식보다는
곰팡이냄새가 가득한 서제를 들락거리는 것을 좋아하는 촌스러운 사람

얼핏 바보같은 촌사람이 되어
무식하게
예수님의 가르치심대로 살아가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노인의 중절모

노인이 쓰고 다니는 중절모에는
파아란 아침하늘이 들어있다

노인이 들고 다니는 중절모에는
싱싱한 젊은이의 마음이 들어있다

노인이 벽에 걸어논 중절모에는
오늘 못다한 이야기들의 아쉬움이 있다

깊이 잠든 노인의 중절모에는
자손들을 위한 간절한 기도가 있다

새파란 저 하늘에 작은 소망을

밤새 큰소리치며 퍼부은 초여름의 장대비
이 세상 모든 부끄러움을 말끔히 씻어버렸다

미움도,
다툼도,
시기도,
질투도

하여
거짓말 같이 활짝 개인 새파란 저 하늘에
가슴 깊이 숨겨놓았던 작은 소망을

매달아 보려고
매달아 보려고

瞑想의 時間

지금
이곳 이 時間이 世上의 끝일까
上下 前後 左右가 없네

時間도 멈추었어라
모든 視線은 過去에 멈추어 있고

귀를 기울이면 들려오는
天使長의 저 나팔소리는

어떤 이에게 기쁨이 될까
어떤 이에게 두려움이 될까

여름의 발견

꽃향기 그리워하며
이슬방울 눈가를 적시려 할 즈음

왱왱 나플나플
벌과 나비가 소스라치게 놀란다

여름이여
아름다운 꽃이 눈물지며 고개숙인 자리에
예쁜 보람이 열리어 있었으니

아름다움이 시들지 않았으면
어찌 열매를 발견할 수가 있었으랴


꽃이 시들어 떨어진 후에야 자라기 시작하는
생명의 씨앗들이여

봄을 떠나보내면서

봄을
붙들어 둘 수가 있습니다

봄이란
봄을 보는 우리들의 마음이기 때문입니다

살을 찢는 고통을 참고
힘차게 솟아오르는 대견한 새싹을
우리의 기억 속에 남겨놓을 수 있습니다

이곳저곳 물을 찾아 뿌리를 내리고
하늘 향해 솟구치는 삶의 용기들을
삶의 교훈으로 남겨둘 수 있습니다

산에서도, 들에서도, 길가 쓰레기통 옆에서도
향기 나는 꽃을 피워 벌과 나비를 맞이하는
그들의 사랑이야기를 배워둘 수가 있습니다

하늘의 태양이 뜨겁게 달아오를 때 즈음
시들어 땅에 떨어지는 꽃잎의 희생을
우리 마음에 간직해 놓을 수 있습니다

봄은 마음입니다
봄을 보고 있는
우리의 마음입니다

1g의 믿음

1그램의 물과 1그램의 믿음
어떤 것이 더 무거운 것일까

1그램의 바람과 1그램의 믿음
어떤 것이 더 무거운 것일까

1그램의 욕심과 1그램의 믿음
어떤 것이 더 무거운 것일까

1그램의 희망과 1그램의 믿음
어떤 것이 더 무거운 것일까

그 모든 생각을 다 내려놓았습니다
그리고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1그램의 믿음으로 우리가 얻을 수 있었던 것은
한 없는 주님의 사랑이었습니다.

기도하는 모습

하늘 향한 손 끝에는 안타까움이 있네
미칠 듯 닿을 듯
보이지도 않고 들리지도 않고

애절하게 쏟아내고 있는 입술의 열매여
절로 흐르고 있는 부끄러운 눈물방울이여


하늘에서 내려온 위대한 손으로
거룩하고 따스한 아름다운 손으로

옥합에 채워질 때 마다 소리지르는 이
누구인가

철석이며 땅바닥을 두드리는 저 소리의 임자
누구인가

숲속의 주인

달구어진 태양빛이 힘을 발휘하기 시작한
늦은 봄 숲 속 깊은 곳에는
방문객들을 감시하는 버스럭거림이 있습니다

봄내 소원을 다 털어놓지 못한
목 쉰 기도의 눈물로 가득찬 옥합 속에는
함께 울어주던 가랑잎이 둥둥 떠 있고

산삼과 산더덕과 봉황삼과 칡넝쿨
얼기설기 정다운 정결한 그 곳에는
작년 가을 낙엽들이 떨어져 숲의 먹이가 되어 있습니다


푸른 숲속의 주인은
나무에 달려 있는 푸른 잎이 아닙니다

작년 그리고 재작년에
숲에게 푸르름을 주고 조용히 잠들은
얼핏 죽은 것 같은 수많은 낙엽들인 것입니다

치악산 자락에

치악산 자락에
아직 봄이 머물러 있음은
하늘을 향한 봄 같은 마음들 때문이려니

치악산 자락에
아름답게 피어있는 꽃들은
오가는 이들의 아름다운 마음 때문이려니

치악산 자락에
불고 있는 바람이 시원한 것은
꾸밈이 없는 진리와 사랑 때문이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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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5.18. 10:00am~ 04:00pm
치악산 밑에서 신학강좌가 있었습니다.

봄비가 내리다

꽃 내음이 다하기 전에
준비한 이야기를 다 풀어놓으려는 듯
보슬보슬
조심스레 내려오고 있다

한숨 못자고 잠을 설친
늙은 총각의 얼굴에

자는 둥 마는 둥
늙은 애비의 벗겨진 머리와

자다 깨다 자다 깨다
늙은 어미의 구부러져 가는 허리와

마음들과 시간들과
그리고
그들의 소원들 위에

잔잔한 호수 위 소금장이의 발자국처럼
살아있는 작고 큰 동그라미들을
계속 그려 보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