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오는 것일까
여름이 가는 것일까
엉거주춤
가을과 여름 사이
두툼한 옷은 덥고
얄포리한 옷은 써늘하고
아닐세
이도 저도 아닐세
몸이
늙어서일세
변화에 적응이 늦은
늙어버린 몸 때문일세
1781
초록빛 우거진
초가을의 작은 숲속
아침태양이
오솔길따라 찾아왔다
옹기종기 모여
의논들을 하고있었다
올 가을에는
누가 다녀갈까
가을을
사랑하는 사람들일까
추수할 것 있는 사람들은
행복할 것이고
맹탕인 사람들은
쓸쓸한 가을을 보내게되겠지
1780
문밖 골목 하늘에는
푸른 하늘이 기다리고 있었다
아직은 시원한 골목바람이 반가운
초가을의 하늘
가로수들이 활짝 웃으며
흔들흔들 손짓을한다
알았어
멋있는 가을이구나
오늘 하루
멋있게 살아보자
그래요
그래요
아침 햇빛이
가을을 연출하고 있었다
1779
구름 한 점 없는
새파란 가을하늘
아름다운
에덴동산의 하늘
눈감으면 들려오는
에덴동산의 소리
아담아
네가 지금 어디있느냐
앗차
내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나
지금까지
무엇을 하면서 살아왔나
1778
폭풍우와 뙤약볕이
저렇게 극성을 부렸어도
둥근 아침해는 여전히
파란 하늘에 떠올랐다
밤이 지나면
아침이 오고
비바람이 멈추면
밝은 해가 떠오르는 것을
그렇게
세월은 흘러가고 있는 것을
1777
메마른 대지 위에
가을비가 내린다
메마른 예배자들의 마음에
은혜의 단 비가 내리고 있다
비는
몸을 적시겠지만
은혜의 단비는
영혼을 풍성하게 만든다
예배에는 만남이 있고
만남 속에는 게시가 있다
사랑의 음성
예배자의 은혜
1776
소복소복
겨울 눈 나리듯이
후두둑 후두둑
비가 내린다
맞아
더러운 것이 너무 많아
몸도 마음도 생각도
깨끗이 씻어버리고
아름다운 가을을
맞이해야지
주님의 얼굴에
미소가 떠오를 때까지
깨끗하게
씻겨질 때까지
비가 내려야지
씻어버려야지
1775
제법 시원한 저녁 바람이
여름내 찌든 마음을 위로해준다
괜찮아 괜찮아
다시 시작하면 돼
속삭여주는 저녁 바람이
기특하다
바람이
무슨 생각이 있었을까
모두 다
하나님의 섭리이시겠지
1774
늙고 병든 아내를 위하여
하루 서너차례 설거지를 한다
싱크대 앞에서
설거지를 하려면
모기와 하루살이가
목 뒤에서 따끔거린다
고얀 놈들
그래도 나는 설거지를 해야되
좁은 수건으로
목도리를 대신해 보아도
틈틈이
목 뒤에서 따끔거린다
어느날 세수하면서
늙은 얼굴을 바라보다가
문득
깨닫는 것이 있었다
내 목 둘레에는
일곱개의 검은 점들이 있다
싱크대 앞 불빛 아래에서
검은 점들이 녀석들의 목표가 된 것이다
아
그랬었구나
그 후
설거지할 때는
언제나
작은 목도리를 사용하고 있다
1773
질병도
내 삶의 내용이다
내 몸이
병마와 싸우는 것이기에
내 몸이
에덴동산을 향하여 걸어가는 것
그 수고가
내 삶의 내용이다
걸어가는 수고와
병마와 싸우는 수고
길을 잃지 않으려고
기도하는 노력들
내게 있는 모든 것들은
귀한 내 삶의 내용이다
천로역정에는
수고와 희노애락이 있는 것이기에
1772
꿈은
삶 속에 있다
잠자는 것도
휴식을 위한 삶이다
미래를 향한
내 영혼의 갈급함
그 꿈도
삶의 내용이다
꿈이 아름다우면
삶의 내용도 아름답다
아름다운 인생
그건 아름다운 꿈이 있기 때문이다
노래하는 사람은
인생이
아름다운 삶이다
177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