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4월 30일 토요일

겨울시금치의 봄이야기

겨울시금치는 마음이 없습니다
그냥 무럭무럭 자랄 뿐입니다

눈비 오는 날에도 바람부는 날에도
그냥 파아랄 뿐입니다

겨울시금치는 마음이 없습니다
하늘로 솟아올라 꽃을 피우고 싶을 뿐입니다

온갖 봄의 이야기들이 떠들석하여도
겨울 시금치는 말이 없습니다

그 춥고 긴 겨울이 시작되기 전
마음을 아주 깊은 곳에 묻어버렸기 때문입니다.

2011년 4월 18일 월요일

돌아가는 길



돌아가는 길
다음은 알 수가 없다.

그곳에는 분명
나무와 풀과 길이 있으리니

지나간 세월처럼
내게 주어지는 길을

즐기며
열심히 걸어갈 뿐이어니와

*사진 - 사진작가 강웅식 작품중에서

2011년 4월 10일 일요일

서우봉의 봄



서우봉의 황금빛 바다
봄 햇빛을 받아 더욱 찬란하다

유채꽃을 닮은
아름다운 저 바다

그 향기를 만나러
숨가쁘게 달려온 봄
그리고 그리움


*사진 - 강웅식

2011년 4월 8일 금요일

4월에

웅장한 대지의 움직임은
늙은 농부의 팔뚝에서 시작되었습니다

겨우내
그 모진 눈비를 참고 견뎌낸
대견스러워 보이는 밭두렁

다시
늙은 농부의 손으로
물길 고랑을 만들고
씨앗들을 심을 이랑을 일구었습니다

이제 모든 봄밭에
씨앗들을 뿌려놓으면

봄과 여름
그리고 가을을 지내는 동안

아름답고 향기로운
삶과 생명의 보람들이
온 천하에 가득하게 되겠지요?

2011.4.2.

오늘 아침에

배실에서 떠오른 아침태양
찬란한 빛을 발하며
내게 다가와

기도를 마치고 나오는
나의 손을 붙잡고
반가워한다

하늘의 뜻을
전하려했을까

이내
잡았던 손을 놓고
다시
하늘 높은 곳으로 달려가고 말았으니

*배실, 가마실, 고래실 등 큰 배를 뜻하는 넓은 평야지대의 지역이름들

2011.3.26.

꽃피는 봄

꽃피는 봄이 와도
겨울 눈발이 떠나지 못하는 것은
봄을 기다리는 이들의 마음이
아직 겨울이기 때문이리

꽃피는 봄이 와도
겨울 바람이 떠나지 못하는 것은
봄에 살고 있는 이들의 행동이
찬 바람을 부르기 때문이리

아 이제는
함께 봄마중 가오리
아 이제는
모두 함께 봄태양을 맞이하오리

하여
우리들의 산과 들에 꽃이 피어나고
우리들의 마음에는 따스한 바람이 불어 오도록

2011.3.24.

겨울 시금치

그 추운 겨울을 견뎌낸
대견한 겨울 시금치들이
어느새
푸르스름하게 풍채를 갖추었다.

겨우내 웅숭그리고 살던
사람들에게
당당히 삶을 가르쳐주는 시금치의 풍채


그들은 바로
봄 아가씨의 화신이었던가

2011.3.22.

봄구름

봄구름 얼굴에는 미소가 있다
봄구름 마음에는 용서가 있다

캄캄한 밤 달빛을 타고와
속삭여 주는 봄구름의 이야기는

언제나
달콤한 사랑이야기

2011.3.13.

캄캄한 밤에는 별빛이 더 찬란하다

달빛이 없는 캄캄한 밤에는
별빛이 더 찬란하다

달이 빛을 잃음도
달의 게으름 때문이 아니다

나의 못난 자아가
빛의 근원을 가리웠기 때문이다

아, 새벽녘 북쪽 하늘 높은 곳에는
언제나
찬란한 빛을 발하는 큰 별이 하나 있으니

2011.3.5.

작은 불빛 큰 불빛

교회 뜨락 너머로 보이는
작은 불빛
여러 개

그곳에
영혼들의 만남이 있겠지

사랑하는 이들의 눈이 있고
슬퍼하는 이들의 눈물이 있겠지

견디는 이들의 마음이 있고
못 견디는 이들의 아픔이 있겠지

다시 새벽이 시작될 때
큰 불빛 있는 곳에 모여

사랑과 슬픔에 대하여
마음과 아픔에 대하여

하늘에 계신 주인에게
여쭈어 볼까봐

(교인들이 다 돌아가고
교회 불도 다 꺼진 시간에
태신자들의 집을 바라보며)

2011.2.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