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8월 24일 일요일

찌르래미

저녁 호숫가
늘어진 능수버들에서
찌르래미의 악쓰는 소리가 측은하다

왜들
저럴까

아하,
빗방울에 옷이 젖는 모양일세

평생에
딱 한 번 입어보는 옷인데

공상

밤 한 자락을 접어
꿈 속에 숨기었다가

새벽 이슬
동구 밖 서성일 때

몰래
숨겨줘 볼까

2014년 8월 19일 화요일

빗방울소리

왤까
잠 못 이루는 이 밤

후두둑 후두둑 빗방울소리
주님의 눈물일까

늙도록 가르쳐주어도
여전히

용서하지 못하고
화해하지 못하는

바보
멍텅구리

탄식하며 흘리시는
주님의 눈물일까

주일 아침에

주님이
눈물을 흘리며 반겨주시는 주일 아침

내가 세상에 살 때 보다
더 가난하게 살고 있느냐

주님께서
물으신다

오늘을 위한 기도

오늘 만나는 모든 사람들을
사랑하게 하여 주시옵소서

오늘 만나는 모든 사람들에게서
주님의 형상을
발견하게 하여 주시옵소서

오늘 만나는 주님의 형상을 통하여
나를 향하신 주님의 뜻을
깨닫게 하여 주시옵소서

새벽

창 밖에서 기웃거리는 것은
새벽이었다

오늘을 위하여
무엇을 준비하였는지

서성거리며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2014년 8월 10일 일요일

새벽 태양

동산에 떠오르는 태양은
서산을 향한 창문도 밝혀주고 있다

온 세상에
빛을 주려고 떠올랐으니

어찌
동서남북을 가리랴

연약함

평생
예수를 믿었어도

아주 작은 미물 모기에게
피 한 방울 선듯 내주지 못한다

인색함인가

아니
참을성이 모자란게지

부자와 거지 나사로

무더위 속에서는
지옥불을 생각하고

시원한 빗소리에는
생명수를 생각한다

물이 넘치면 홍수가 되어
심판의 도구가 되기도 하였지만

지옥의 부자가
그토록 부러워했던 것은

거지 나사로의 손에 들린
몇 방울의 생명수였다

2014년 8월 1일 금요일

산에 오르는 사람

산에 오르는 사람은
높은 계단과 험한 언덕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산에 오르면
푸른 숲과 시원한 바람이
나를 반겨주고

높은 산 위에
더 높은 하늘이 있음을
깨우쳐주곤 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