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스러운 무더위 속
화분에서 익어가고 있는
빨간 고추들이 대견하다
심기어진 그자리에서 싹이 터
주는 물만 먹고 자라면서도
자기 평생의 사명을
완수해가고 있다
화분의 여름 고추에게
부끄러운 삶이다
익혀야 할 삶의 이야기가
한 둘이 아니면서도
미련한 것일까
바보스러움일까
아까운 세월을 놓지고 있는
바보 멍텅구리
세월은 그렇게 흐른다는 것을
뻔히 잘 알고 있으면서도
아,
나이나 적소
그 기나긴 세월을
그렇게 허비하고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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