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풍우와 뙤약볕이
저렇게 극성을 부렸어도
둥근 아침해는 여전히
파란 하늘에 떠올랐다
밤이 지나면
아침이 오고
비바람이 멈추면
밝은 해가 떠오르는 것을
그렇게
세월은 흘러가고 있는 것을
1777
메마른 대지 위에
가을비가 내린다
메마른 예배자들의 마음에
은혜의 단 비가 내리고 있다
비는
몸을 적시겠지만
은혜의 단비는
영혼을 풍성하게 만든다
예배에는 만남이 있고
만남 속에는 게시가 있다
사랑의 음성
예배자의 은혜
1776
소복소복
겨울 눈 나리듯이
후두둑 후두둑
비가 내린다
맞아
더러운 것이 너무 많아
몸도 마음도 생각도
깨끗이 씻어버리고
아름다운 가을을
맞이해야지
주님의 얼굴에
미소가 떠오를 때까지
깨끗하게
씻겨질 때까지
비가 내려야지
씻어버려야지
1775
제법 시원한 저녁 바람이
여름내 찌든 마음을 위로해준다
괜찮아 괜찮아
다시 시작하면 돼
속삭여주는 저녁 바람이
기특하다
바람이
무슨 생각이 있었을까
모두 다
하나님의 섭리이시겠지
1774
늙고 병든 아내를 위하여
하루 서너차례 설거지를 한다
싱크대 앞에서
설거지를 하려면
모기와 하루살이가
목 뒤에서 따끔거린다
고얀 놈들
그래도 나는 설거지를 해야되
좁은 수건으로
목도리를 대신해 보아도
틈틈이
목 뒤에서 따끔거린다
어느날 세수하면서
늙은 얼굴을 바라보다가
문득
깨닫는 것이 있었다
내 목 둘레에는
일곱개의 검은 점들이 있다
싱크대 앞 불빛 아래에서
검은 점들이 녀석들의 목표가 된 것이다
아
그랬었구나
그 후
설거지할 때는
언제나
작은 목도리를 사용하고 있다
1773
질병도
내 삶의 내용이다
내 몸이
병마와 싸우는 것이기에
내 몸이
에덴동산을 향하여 걸어가는 것
그 수고가
내 삶의 내용이다
걸어가는 수고와
병마와 싸우는 수고
길을 잃지 않으려고
기도하는 노력들
내게 있는 모든 것들은
귀한 내 삶의 내용이다
천로역정에는
수고와 희노애락이 있는 것이기에
1772
꿈은
삶 속에 있다
잠자는 것도
휴식을 위한 삶이다
미래를 향한
내 영혼의 갈급함
그 꿈도
삶의 내용이다
꿈이 아름다우면
삶의 내용도 아름답다
아름다운 인생
그건 아름다운 꿈이 있기 때문이다
노래하는 사람은
인생이
아름다운 삶이다
177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