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이 늙어서
삶의 종점에 이른 줄 알고
새삼스리
주변을 살펴보았더니
보이는 모습들이
매우 낯익은 모습들이다
앗차, 이곳은
내가 처음 시작한 곳인데
그렇다
생각과 세월이 흘러가고 있었을 뿐
나는 늘
시작한 그곳에 있었다
영원이
나를 휩싸 안아 갈 때까지
그렇게
기다리고 있었다
1747
모두
잠을 청하는 시간
말똥말똥
잠을 못 이루는 마음
이 세상에 걱정해서 될 일
하나도 없다는 것을
평생
경험하면서 살아왔어도
궁리궁리
또 궁리하면서
이리 생각해보고
저리 생각해보고
그리고는
조용히 무릎 꿇고서
영과 혼으로 부르짖는다
지극히 높은 저곳을 향하여
1746
아름다운 삶은
객관적인 것이고
행복한 삶은
주관적인 것입니다
행복한 삶을 절제하고
아름다운 삶을 위해
노력해 나간다면
세상은 조금 더
아름다운 세상이 될 것입니다
하나님 보시기에
아름다운 세상이
1745
태양은 하는 일 없이
빛을 비추기만 하여도
모든 생명체는
그 생명을 유지할 수가 있다
비는 밝은 태양을 방해하는 방해꾼 같아도
세상에 물이 있게 하여
생명을 유지하게 한다
세상만물들은
서로에게 도움을 주며
그 존재를 가능하게 해준다
내가 비록
무능하고 힘이 없어도
이 세상은 내가 있어
가치가 있는 세상이다
부귀영화는
삶의 가치가 아니다
이웃과 더불어
함께 살아갈 때
나는 우주의 존재로서
그 가치가 있게되는 것이다
1744
길 가
짙은 녹색의 여름 가로수
이리저리 바람에 나부끼며
기쁘게 춤을 춘다
무엇이
저리도 기쁜 것일까
아,
평생 제자리에서
꼼짝 못하고 살아도
삶이란
기쁜 것이구나
나도
나무를 닮아야지
내 삶의 현장에서
기쁨을 찾아야지
저 나무들처럼
기쁘게 살아가야지
바람아 불어라
나도 가로수처럼 즐거워하리라
1744
미래로 가는 열차는
인정사정없이 달린다
타지 못하고 우물쭈물하면
낙오자가 된다
열차 속에서는
가끔 다툼이 있다
같은 열차를 타고
같은 길을 가면서
우습다
결과가 같을 터인데
승차권에는
목적지가 적혀있다
같은 길을 가면서도
목적지가 다르다
1742
오늘의 태양은
어제의 태양이 아니다
불타오르는 그 열정이
훨씬 더 맹렬하다
어제 생각한 일
어제 못 다한 일
모두
오늘이 소멸시키리라
그리고
밝고 아름다운 하늘이 되어서
다시
내일을 기다리고
1741
우리는
돌비석이 아닙니다
조국을 사랑하는
마음입니다
밤낮 이곳에 머물며
조국을 위하여 기도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모두
생명을 잃었지만
영원한 사랑이되어
조국을 지킬 것입니다
1740
누가
밝은 달을 감추었을까
심술꾸러기
달빛에 비친 그림자가
아름다운 밤인데
달이 없으니
달그림자도 없네
세상이 어두울 때
모두 밝은 달빛이 되면
이 세상에는
아름다운 달그림자가
가득하게되겠지
1739
중천에 떠있는 해는
알아보지 못하여도
석양에 지는 해는
모두 아쉬워한다
그 빛마저 사라지고
어둠이 왔을 때
비로소
밝은 태양 아래
아름다운 일들이 생각난다
그 경험들은
꿈으로 승화하고
삶의 아름다운 일들은 모여
다시 그리움으로 변신하겠지
1738
별이 없는 밤에는
내가 별을 띄워야지
간절한 기도에
작은 소원을 담아
하나님 아버지에게
올려드려야지
기도마다
작은 등불을 달아
하나님 아버지에게
올려드려야지
별이 없는 밤에는
내가 별을 띄워야지
17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