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1월 29일 금요일

한밤의 묵상

캄캄한 밤
주께서 인도하시니
감사합니다

언덕을 만나면
언제나
그곳에 계신 분

쓰러지려할 때
내 손을 잡아주시는 분

나의 힘과 소망이 되시는
나의 주님이시여

가을이 떠나는 자리에

가을이 떠나는 자리에
겨울이 들이닥쳤습니다

찬 바람이
행길과 골목 구석구석을 누비고 다니는데

태양은 여전히
따듯한 빛을 보내오고 있습니다

부자들에게는
쾌적한 실내에서
문화생활을 만끽하는 계절이지만

가난한 사람들에게는
한낮의 따듯한 햇빛히
한없이 고마운 계절입니다

언제부터인가
말구유에 태어나신 가난한 예수를
모두 잊어버렸습니다

2013년 11월 28일 목요일

온 누리에 가득한

온 누리에 가득한
사랑을 보고싶다

믿고
믿을 수 있는
참 믿음을 보고싶다

미움이 없고
다툼이 없는
낙원을 보고싶다

넘치는 사랑을
흩날리고 다니는
큰 사랑을 보고싶다

-새벽을 잉태한 밤 중에서-

2013년 11월 27일 수요일

낙엽의 내일

가을 낙엽에게도
내일이 있다

대지 위에 평안히 누어
하늘에서 나리는 흰 눈을 맞이하고
깊은 밤 별들과 속삭이며

봄을 기다려
새 생명이 움트도록 
귀띔해준다

지금은 아직
가을의 끝자락

설레이는 마음으로
겨울맞이 나간다

2013년 11월 25일 월요일

가을 잎새들

겨울로 가는 길목에서
가을을 바라보며
숨을 거두는 잎새들을 향하여
박수를 보낸다

온 세상에 푸르름을 주었고
새와 나그네에게 쉼터가 되어주었던 잎새들

이제 그 사명을 다하고
영원한 안식에 들어가는구나
온 세상을 아름답게 수놓으면서

2013년 11월 23일 토요일

꼴찌같은 삶

거북이처럼 살아온 것일까
꼴찌같은 삶

답답해 보이는 삶
멈추지 않고 걸어온 삶

그러나
외롭지 않았던 삶

아직 
가야할 길이 남아있는데

지금 여기는
어디 쯔음 일까

재회

그 때
푸른 하늘 아래
푸른 숲속에서

파아란 마음들이 모여

하늘과
그 사랑에 대하여
배우고 기도하였다

오늘
그 때 그 마음들이
어두운 밤
갈 낙엽 속에 다시 모여

푸른 하늘은
왜 파아란 것인지

옛 이야기를 벗삼아
한번 더
사랑을 나누었다

-2013.11.21. KOWE Gathering에서-

2013년 11월 19일 화요일

아침에


저 밝은 태양이 나를 맞이하는구나
온갖 시련의 밤을 뚫고 솟아 오른
너 희망의 상징이여

밤의 요물들이 꾀어 인간을 쓰러뜨리고
허물 같은 인간의 육체를 정복하고는
승리의 개가를 부르려 할 즈음

진정한 나
영의 사람을 다시 일으켜 세우고
맑고 환한 영광의 곳으로
나를 안내하는


너 하늘의 안내자여

- 새벽을 잉태한 밤 중에서 -

낙엽

낙엽이 뒹굴면서 외치는 말
난 죽지 않았어요
그냥 쉬고 있는 거에요

찬 바람에 푸르름이 빛을 잃고
온 산이 발가벗을 때
낙엽끼리 뒹굴면서 다짐하기를

거름이 되자
하여
다시 싹을 틔우자

청설모 뻐꾸기
모두 잠든 밤

낙엽은 바람에 뒹굴면서
다짐
또 다짐한다

- 새벽을 잉태한 밤 중에서 -

석양이 아닙니다

석양이 아닙니다
새벽을 잉태한 밤이 오고 있습니다

저녁놀이 지고 어두움이 오면
두려움이 아닌 고요함이 있고
하늘나라의 천사들과 찬양 연습하다 보면
어느새 동 편에
밝고 환한 웅장한 나의 태양이
힘차게 솟아 오를 것입니다

내일을 위한
나와의 약속을 품고서

- 새벽을 잉태한 밤 중에서 -

2013년 11월 18일 월요일

은혜

땅이 꺼지도록 깊은 시름에 잠겨
꺼진 땅속에 가 보니
주님이 웃고 계셨네

가슴 쓰라린 일을 당하여
찢어진 가슴 속에 가 보니
주님이 웃고 계셨네

고통!
참을 수 없는 그 끝에 가 보니
주님이 웃고 계셨네

아!
세상 만사 모두 귀찮아
차라리 지옥 불에 뛰어들까

그러나
그 곳에도 이미
주님이 웃고 계셨네
못난 인간 하나 놓치지 않으려고
그 수모를 참고 계셨네

- 새벽을 잉태한 밤 중에서 -

2013년 11월 17일 일요일

생명에 대하여

푸른 하늘이 아니어도 좋다
밝은 하늘이 아니어도 좋다

먹장 구름이 가득한 하늘
밤같이 어두운 하늘

거기에서 
숨을 쉬고 있는 사람들

살아 있기에 내일이 있다
고통을 느끼기에 아직 생명이 있다

이 세상이 지나면 
주님의 나라가 임할 것이다
이 생명이 끝나면 
새 생명이 주어질 것이다

십자가에 돌아가신 주님의 희생 
약속의 아가페가 있기에

- 추수감사절 처남의 장례를 치르면서 -

2013년 11월 16일 토요일

엘리 엘리 라마사박다니


삶이 지루할 때면 십자가를 생각하세요
머리에 가시관을 쓰고 나를 바라보고 계신 주님을...

삶이 괴로울 때면 빌라도의 뜰을 생각하세요
온갖 모욕과 멸시를 참고 견디시는 주님의 모습...

고통과 슬픔이 나를 휩싸버릴 때는
하늘 향해 울부짖는 주님을 생각하세요
엘리 엘리 라마사박다니
엘리 엘리 라마사박다니

인생의 뒤 안 길에서 외로울 때는
새벽닭 소리를 들으며 베드로를 그리워하는
우리 주님을 생각해 보세요

아내의 고향

아내의 고향은
처가가 아니었습니다
젊음이 있고 희망에 찼던
나와의 만남이었습니다

눈물을 흘리며
그리워했던 것은
소꿉친구가 아니었습니다
높은 이상을 가진
나의 젊음이었습니다

고향을 찾는 아내에게
지금 내가 줄 수 있는 것은
가난한 마음의
사랑뿐입니다

- 새벽을 잉태한 밤 중에서 -

2013년 11월 15일 금요일

삶은 아름다워라

삶은 아름다워라
그 곳에 눈물과 쓰라림이 있어도
그건 꽃피는 소리

고통이란 말은 쓰지 말자
슬픔이란 말은 쓰지 말자
세월 속에
어차피 흩날려 버릴 것들

꿈이어라
희망이어라

그 곳은 언제나
해와 달과 별이 있고
산과 강과 바다가 있고
사랑과 우정과 믿음이 있으려니

- 새벽을 잉태한 밤 중에서 -

아내

몰래 떨어지는
아내의 눈물 방울에
소원이 매달려 있다
사랑하는 이를 통한
꿈을 이루려고

사나운 듯 소리치는
님의 아우성엔
아픔이 숨어있다
다른 반쪽이 되어버린 나에게
용기를 주려고

늘 미소 짓는
그분의 마음엔
명상이 있다
사랑합니다
당신을 사랑합니다

- 새벽을 잉태한 밤 중에서 -

2013년 11월 14일 목요일

삶의 궁극

삶의 궁극은
과거의 에덴동산인가
미래의 새하늘과 새땅인가

우리는
어디를 향하여 가고 있는가

역사 속의 과거인가
약속 있는 미래인가

주님 오시는 날
우리는
약속의 땅으로 가겠지

과거도 아니고 미래도 아닌
영원한 곳
주님이 계신 곳으로

2013년 11월 13일 수요일

아내의 꿈

꿈이 자라서
노인이 되었다

곤히 잠든 아내의 흰머리
한올 한올에는
칠십 여년을 살아온
삶의 이야기가 있다

벼갯잎에 흘린 아내의 꿈을 줏어보니
스무살 처녀처럼 아직도 싱싱하다

꿈은 늙지 않았다
꿈이 입고 있는
겉모습이 낡았을 뿐이다

2013년 11월 9일 토요일

새날에





밤이 다 지나고
새날이 왔습니다

같은 세상
같은 사람들 속에 살면서도

어둡고 검은
밤의 이야기는 잊어버리고
밝고 아름다운
에덴의 꿈을 이루어보라고

새로운 마음을 나누어 주시는
어제의 그 주님

감사와 평안



아침에
빛으로 찾아오시는 주님
저녁엔
고요함으로 덮어주시고

하루 종일
나와 동행하시던 주님
내 맘 속에 들어와 
살피시네

천리를 걸어도
만리를 걸어도

나는 외롭지 않네
피곤치 않네

2013년 11월 6일 수요일

천사의 심방

며칠 동안 시끄러웠던
고양이 때문일까

앞마당에 귀뚜라미 소리 들리지 않고
처마 밑 까치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필시
삶에 지쳐
모두 깊은 잠에 빠져버렸기 때문이겠지

아, 
지금 들려오는 저 날개소리는
몰래 숨어든 비둘기일까

저 부드럽고 포근한
날갯짓 소리

2013년 11월 4일 월요일

도심 속의 가을

도심 한복판
주택가 골목길에 있는 감나무
익어 낙엽이 지는 것 보니
가을이 깊어진 모양일세

아랑곳하지 않고 여전히 바쁜
젊은이들의 옷매무새가 두꺼워진 것 보니
겨울이 가까워진 것인가

뻐스와 지하철로 끝없이 실어나르는
도심 속의 가을 여행객들

어제나 오늘이나
봄 여름 가을 겨울
한결같이 분주한 삶일세

창세기

밤이 되어도 
쉬지 못하고 고달픈 삶은
선악과를 따먹은 어리석음 때문이다

어두움을 밝혀주는 불
괴로운 삶의 씨앗이어라

그냥
주님이 주신 동산에서
흙의 아담과 아담의 뼈로
바보스럽게 살았더라면

지혜스럽게 고민하지 않고도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었을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