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4월 3일 일요일

노인들의 봄

아름다운 봄바람도
노인들에게는 겨울바람이다

화끈한 청춘의 열기와
불타오르는 정열이 사라진 몸에는

아름다운 봄바람에도
옷깃을 여미게한다

그러나

청춘의 열정
그건 젊은이만의 것이 아니다

노인들의 마음 깊은 곳에는
보물처럼 간직되어 있다

아련히 기억되고 있는
아름다운 옛 추억 속에

1708

나그네

길을 가는 나그네는
가는 길을 다 가야
참된 쉼을 얻을 수 있다

삶이 힘든 것은
아직
길을 가고 있기 때문이다

길을 가다가
동행을 만날 수 있고

가던 길을
쉬어 갈 수도 있다

6.25 피난 길에
무거운 짐을 지고도
깔깔대며 걸어가던 가족들이 있었다

어차피 가야할 
고난의 길이라면

한바탕 껄껄 웃으며
멋지게 걸어갈 것을

1707

봄바람의 믿음

아직 차가운 봄바람이 
살며시 불어와 

이리저리
꽃망울들을 찾는다

꽃이 없으니
아직 향기가 없는 봄

봄바람은 낙심을 하고
슬며시 산속으로 숨어버린다

머지않아 꽃이 피겠지
그리고 향기도 풍성하리라

봄바람에게는
굳은 믿음이 있다

그 믿음은
아마 사랑이겠지

1706

아쉬움

서산에 지는 해가
그렇게 빨랐던가

황금빛을 감상하려는데
슬쩍 숨어버렸네

부끄러움이 아닐 거야
미련을 잘라버린 것이겠지

새벽이 오기까지
어두움이 가득할 터이니까

1705

3월의 어느 봄날 아침

아직 이른 삼월의 봄
새벽을 기다려

꽃소식을 물어보았더니
모르겠다 하네

내가 봄인가요
어두워서 알 수가 없네요

그렇군요
나도 잘 모르겠어요

나는 다시
그 봄에게 물어보았네

나는 누구인가요
나는 봄인가요 아침인가요

1704

이른 봄에

파아란 하늘
희고 노란 그리고 분홍의 꽃나무들

봄은
그렇게 찾아오지 않았다

우중충한 하늘
쌀쌀한 아침바람

그건
기다리던 봄의 모습이 아니다

하여
모두 각자의 봄을 만들기로 하였다

사랑하는 친구에게
파아란 전화메시지를 보내고

웅숭그리고 있는
참새와 비둘기에게
노래를 불러주었다

내가
바로 봄이다

내가 있는 곳에는
웃음과 향기와 노래가 있다

평생 그렇게
봄에게서 배운 내용들이다

17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