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월 2일 금요일

가을에

찾아온 가을 손목을 잡고
늙은 친구의 주름살 따라 거닐어 보았다

개울가에서 멱감는 천둥벌거숭이
참외서리하다가 꽁지가 빠지게 도망가는 개구장이
친구의 빈 도시락에 몰래 무당개구리를 넣고 낄낄대는 녀석
미인과 결혼하고 싶다고 소원을 발표하는 숙성한 소년

찾아온 가을 손목을 잡고
서리가 하얗게 내린 친구의 머리카락을 들추어보았다

밤을 낮처럼, 낮을 밤처럼 잠을 설치고 책과 씨름하는 공부벌레
몸을 부서뜨리며 일에 파묻혀 청춘을 불사르는 미련퉁이
그리고 자라나는 손자손녀를 바라보며 웃음을 이기지 못하는 노인

찾아온 가을 손목을 잡고
추수가 한참인 넓은 대지를 바라본다

그리고
또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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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 졸업 50주년 특별한 가을

2008.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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