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5월 13일 화요일

노년의 쉼표

아직도 갈 길이 먼 나그네
어느듯 서산에 해는 지고
땅거미가 턱밑에 와서 재촉한다

휘휘 힘차게 팔 휘드르며
본향집 떠난지 불과 70여리 안팎
벌써 팔 다리가 아프고 눈도 침침하다

산을 넘으며
온갖 산새들과 작은 짐승들과 나무와 풀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바위에 대하여, 샘물에 대하여, 바람에 대하여

들을 지나며
꽃과 벌나비와 벼이삭과 들짐승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강에 대하여, 바다에 대하여, 전쟁과 평화에 대하여

하늘을 보고
해와 달과 별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세월에 대하여, 희망에 대하여,

땅을 보고
너와 나와 그들과 만나며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사랑에 대하여, 미움에 대하여, 질투에 대하여
그리고 희생과 용서에 대하여

지금 생각해 본다
나는 무엇을 보았는가
나는 무엇을 알았는가


2008.7.7.

댓글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