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5월 13일 화요일

긴 이야기

여름 내 그 숲에서 기도를 하더니만
모습이 나무를 닮다가 나무가 되었다
청계산인지 천보산인지 삼각산인지
나무 곁에서 살다가 나무가 되었다

숲은 다 알고 있다
여름 내 그 여인이 쏟아놓은 이야기들을

나무 잎새마다 가지마다 등걸마다
숨겨진 이야기 보따리들

여름이 가고 가을이 와도
가을과 겨울이 가고 봄이 와도
봄 여름 가을 겨울이 몇바퀴 돌아도

나무가 된 여인은
늘 그자리에서 기도를 하고 있다
누가 듣고 있는지 아는지 모르는지

소리 소리 피어올라 하늘에 닿았고
하늘 구름 가다가 멈추어
나무에 나려본다

무슨 일일까

나무가 알 수 있으랴
구름이 알 수 있으랴
나무와 의논한 구름 다시 하늘에 올라

뭉게뭉게 이야기 저야기
손짓으로 발짓으로
알듯 모를듯 구름의 언어


2008.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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