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2월 28일 월요일

도림천의 초저녁

섣달 그믐께 

아직 아까운 초저녁 


도림천 시냇물에 

귀를 기울이고  


세월이 흐르는 소리를 

들어보았다 


후르륵 훌러덕 

훌훌 후르르륵 


당신이 뭘 알아 

들어보면 알 수 있어? 


시냇물은 실실거리며 

유유히 흘러가버린다  


아, 

빠른 세월 

 

이렇게 가고 

또 오고있구나

댓글 1개:

삼청공원약수터 :

한 개인의 몸에도 한 마을에도 한도시에도 한나라에도 리듬이 있다 아파트 앞도로에서 차가 지나가는 소리 아이들이 농구를 하며 재잘거리는 소리 도시의 헤게모니를 선점하기 위해서 시위대와 경찰이 대치하면서 울리는 소리 BTS춤과 음악소리 이 모든 소리는 돌발하는 상황에서 리듬이 깨진다 끽하는 자동차의 소리는 일순간에 리듬을 깨버리고 종적이 흐른후 119 구급차의 요란한 싸이렌 소리로 대체되고 만다 몸의 이상징후릉 의사는 청진기를 통해서 파악한다 몸의 리듬이 깨진 것을 알아차린다

시인은 세월이 흐르는 소리를 듣는다 다시 말해서 도가 임한 냇가에서 시인은 흐르는 물의 리듬을 포착한다 사람들은 말한다 어쩌면 흐르는 물이 시인에게 묻고 있다

당신이 뭘 알아 들어보면 알수 있어?

하지만 시냇물은 유유히 흘러 가버린다

흘어면 흘러가야한다 오는 막지말고 가는이 잡지 말아냐한다 인생은 흘러가야만 한다 그것이 조물주께서 만드신 생의 리듬이다

세월의 나이테는 삶의 경험만큼 빠르게 지나간다 늘 잔잔하게 흐르는 것 같지만 그 흐름은 점점 빨라진다

나이테는 동심원의 안쪽을 향해서 켜켜이 새겨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흘려보내지 못하는 아집은 반드시 그 안에서 독을 키울수 밖에 없다

오면가고 가면오는 이 생의 리듬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춤사위를 보여준다

그 꾸준한 춤사위가 바로 도가 임한 냇가에 흐르는 물이다 시인의 감수성은 귀를 기울이면서 시작된다 그리고 끝내 시인은 일정한 리듬의 소리를 포착한다

후르륵 훌러덕 훌훌 후르르륵

2020.12.29.
박운양 전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