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5월 14일 수요일

친구의 소천

우리가 잃은 것은
넉넉한 그의 웃음입니다
우리가 잃은 것은
정다운 그의 목소리입니다

종착역이 우리들 앞에 나타날 때까지
그는 열심히 달려가고 있었습니다

아침에 출근하는 아빠의 모습처럼
빙긋 웃는 모습으로 떠나가버렸습니다

우리가 아쉬어하는 것은
채 마무리하지 못한 그의 이야기입니다
우리가 아쉬어하는 것은
늘 마음속에 아껴둔 우리들의 사랑입니다

*고교동창 급성백혈병으로 소천


2009.11.24.

아! 십자가

아직도 붉은 피가 뚝뚝 떨어지고 있는
주님의 십자가위에
누군가
새로 깎은 큰 십자가를 덧입혀놓았다

십자가의 가르침을 본받으려하지 않고
십자가에 모양을 내보려고 했던 것이겠지

십자가가 바로 설명이고
십자가가 바로 말씀인 것을

나무로 만든 십자가
오래 참고 기다리던 십자가
더 참지 못하고 울음을 터뜨리려하네

아! 십자가, 우리 주님의 십자가
길가에 동뎅이쳐버린 주님의 저 십자가


2008.10.26.

2014년 5월 13일 화요일

허리 굽은 노인

허리 굽은 노인이 길을 가고 있습니다
노인을 바라보는 이들도 허리가 굽었습니다
 
높은 언덕을 넘어 마을을 찾아들고 있습니다
언덕을 넘다가 터를 잡고 멈춘 사람들도 있습니다
 
모두 모이고 있습니다
머리가 하얗고 허리 굽은 노인들이 모여들고 있습니다
 
마을 뒷산에는 뻐꾹새가 울고
들판에서는 뜸부기가 울어제킵니다
 
모두 모여
한바탕 잔치를 하려나 봅니다

어머님 산소 앞에서

어머님 산소 앞에 무릎을 꿇고서
실컷 소리 내어 울었습니다
아무도 없는 조용한 산
골짜기들이 덩달아 울어주었습니다

어머니를 잃은 슬픔 때문이 아닙니다
어머니에게 지은 잘못 때문이 아닙니다

내 발이 너무 더러워
내 입이 너무 더러워
내 손이 너무 더러워
내 마음이 너무 더러워

어머니 계신 그 곳에
들어갈 엄두가 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누구일까
사랑의 음성이 들려옵니다
마음속에 속삭임이 있습니다

사랑하는 아들아
나를 그리워하지 말고
주님의 십자가를 바라보아라

나도 내 어머니 무덤 앞에서
그렇게 위로를 받았단다

나는 다시 한 번 더
소리 내어 울었습니다

누구일까
어깨를 만지는 따스한 손

아 그것은 주님의 사랑
따스한 가을 햇살이었습니다
........................................
*어머니 소천 7개월/성묘

2008.10.14.

계절의 유감

가을을 기다리는 사람들 틈새에
여름이 자리잡고 떠나지 않는다

타작을 기다리는 도리깨의 마음 곁엔
아직도 식지 않는 가을의 논바닥

겨울바람은 북에서 오지 않고
아름다운 나라의 돈더미를 타고 왔다

가을 추수를 기다리는 마음들을
온통 헝클어 놓고 말았으니


이 뒤죽박죽의 계절에
.....................................................
*여름같은 가을과
미국 발 세계의 경제 위기를 보면서


2008.10.9.

새삼스러운 아쉬움

부지런히 스쳐 지나가는 신사
뒷 모습이 낯익다
앞에 무엇인가를 바라보고
부지런히 걷고 있다

내 궁금증을 그의 어깨에 얹고
조용히 따라가 보았다

그가 가고 있는 곳에서
은은한 향기가 날려오고 있다
여인일까?

아, 봄처녀!
모두에게 희망을 주던 아름다운 그녀

봄도 여름도 다 지나고
가을 추수가 한참인데
이제사 새삼스리 봄을 그리워하다니

급히 내 곁을 스쳐 지나간 신사
그는 바로 나의 아쉬움이었어라

2008.10.4.

낮에 밤 이야기

어두운 장막을 걷고 보니
온 하늘에 별의 바다

반짝반짝 보일듯 보일듯
반가운 그 별들

별이 보이는 밤은
즐거운 밤이다

마음 속 깊이 스미는
별들의 이야기

어두운 장막을 여닫는
또 하나의 손이 있기에 

2008.9.17.

밤이 깊으면

  밤이 깊으면 새벽이 찾아온다 적당히 휴식하고 다시 일을 계속하라고 삶은  구경하는 곳이 아니다 그 삶을 위하여 열심히 노력을 해야된다 그것이 아름다운 삶의 모습이다 2016.6.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