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1월 15일 월요일

배추밭

배추를 몽땅 뽑아버린 가을 밭에는
황량함만이 남아있었습니다

물주는 사람도, 벌레약 뿌리는 사람도,
바라보는 사람도, 기다리는 사람도 없습니다

내 팽개쳐진 배추고갱이와 떡잎,
곁에 기대어 살다가 남겨진 죽어가는 잡초들 뿐

찬 바람 부는 배추밭에는
추억만 남았습니다

씨앗에서 모종으로
모종에서 커다란 배추로

사람들에게
즐거움과 보람과 만족을 주고서

2010년 11월 13일 토요일

나의 버팀목

나의 평생토록
나의 버팀목이 되신 분

내가 지쳐 쓰러지려 할 때
나를 위하여 기도해 주었고
내가 힘이 진하여 포기하려 할 때
나에게 용기를 주던 분

어느덧
검은 머리는 파뿌리가 되었고
웃을 때 보이는 이는 틀이의 모습

아, 이브
나의 갈비뼈인 양 내 곁에 오신
우리 주님의 사랑이여

2010년 11월 11일 목요일

인간의 삶이란

인간의 삶이란
이른 새벽
주님의 음성을 기다리는 것

인간의 삶이란
햇빛을 따라
주님과 함께 일터로 나아가는 것

인간의 삶이란
세상 속에서
주님의 사랑을 실천하는 것

인간의 삶이란
황혼에
찬란한 주님의 영광을 바라보는 것

인간의 삶이란
꿈속에서
주님을 만나뵈옵는 것

인간의 삶이란
끝내
주님의 나라에 들어가는 것

2010년 11월 2일 화요일

콩밭에서

인간들의 수라상을 위하여
하늘의 새들이 먼저 먹어보고
새들의 고고한 삶을 위하여
땅의 벌레들이 슬쩍 시식을 한다

하늘 아래 이 세상에서
인간들 보다 더 소중한 존재가 있을까

자연속에서 도도하게 살아가고 있어도
벌레가 먹고 또 새가 배를 채운 후
남는 것들을 겨우 얻어먹고 사는 불쌍한 존재들

사람아

이 세상의 모든 일들이 끝나고 나면
다시 모든 벌레들의 먹이가 되면서

2010년 10월 26일 화요일

깊은 가을의 성묘

여름내 밭두렁을 기웃거리던
온갖 잡초는 힘들여 뽑았어도
부모님 산소에 가득찬 잡초들을 몰랐었네

아 무정한 녀석
잡초가 떼를 이루어
잔디를 몰아내도록 모르고 있었다니

아들아 아들아
명명중에 들려오는 부모님의 음성
무슨 말을 하시려는 걸까

귀에 맴돌고 있는
그 소리

2010년 10월 19일 화요일

모과나무

헌칠한 키에 날씬한 몸매
뜰 안에 우뚝 선 멋있는 나무

주렁주렁 달려있는 열매가
아주 못생겼다

툭 툭
돌멩이처럼 차례로 뜰에 내렸다가

힘없는 노인처럼 누렇게 변할 때 즈음
사람들의 눈에 띄어 시집을 간다

아 누가 알았을까
그 못생긴 모과가 사랑을 받게 될 줄을

2010년 10월 15일 금요일

너무나 아름다운 가지각색의 하늘

하늘엔 흰 구름 검은 구름이 있고
하늘엔 파란 하늘 붉은 하늘이 있습니다

하늘엔 새털구름 뭉게구름 먹장구름이 있고
하늘엔 어릴 적 그려 논 소년의 꿈이 있습니다

몽골의 가을 하늘은 파랗고 뜨겁기만 하였고
캘리포니아의 겨울 하늘도 파랗고 뜨겁기만 하였습니다

우리에게는 몽골인들이 부러워하는 먹장구름이 있습니다
우리에게는 캘리포니안들 에겐 없는 검은 구름이 있습니다.

봄의 하늘 여름의 하늘
가을의 하늘 겨울의 하늘

우리에게는
너무나 아름다운 가지각색의 하늘들이 있습니다

수많은 하늘만큼 수많은 생각들이 있습니다
여러 가지 구름들처럼 여러 종류의 사람들이 있습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언제나 해가 지고 나면

검은 하늘을 밝히는 달빛과 별빛들처럼
수없이 우리에게 속삭이시는 주님의 음성이 있습니다

밤이 깊으면

  밤이 깊으면 새벽이 찾아온다 적당히 휴식하고 다시 일을 계속하라고 삶은  구경하는 곳이 아니다 그 삶을 위하여 열심히 노력을 해야된다 그것이 아름다운 삶의 모습이다 2016.6.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