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월 2일 금요일

가을에

찾아온 가을 손목을 잡고
늙은 친구의 주름살 따라 거닐어 보았다

개울가에서 멱감는 천둥벌거숭이
참외서리하다가 꽁지가 빠지게 도망가는 개구장이
친구의 빈 도시락에 몰래 무당개구리를 넣고 낄낄대는 녀석
미인과 결혼하고 싶다고 소원을 발표하는 숙성한 소년

찾아온 가을 손목을 잡고
서리가 하얗게 내린 친구의 머리카락을 들추어보았다

밤을 낮처럼, 낮을 밤처럼 잠을 설치고 책과 씨름하는 공부벌레
몸을 부서뜨리며 일에 파묻혀 청춘을 불사르는 미련퉁이
그리고 자라나는 손자손녀를 바라보며 웃음을 이기지 못하는 노인

찾아온 가을 손목을 잡고
추수가 한참인 넓은 대지를 바라본다

그리고
또 바라본다
..........................................................
*고교 졸업 50주년 특별한 가을

2008.09.30.

0027

2008년 9월 11일 목요일

새삼스리(7)

무슨 할 말이 있으랴
이곳은 내가 찾아온 곳이다

산이 높아서가 아니다
들이 넓어서가 아니다

기름진 땅이 아니고
아름다운 꽃과 맑은 새소리가 없을지라도
이곳은 그분과 동행한 행복한 곳

비바람이 불고 천둥번개가 쳐와도
이곳은 못박힌 손으로 가르켜 주신
함께 걸어온 거룩한 땅이어니와

어떤 기다림

나무를 심지 않은 사람은
기다릴 것이 없다
꽃도 볼 수 없고 열매도 없으며
꽃을 사랑하는 벌나비와
열매를 즐기는 새들과 다람쥐도 볼 수 없다

나무를 심었는데
꽃이 피지 않으랴
꽃이 피었는데
열매가 없으랴

뜨거운 태양을 견디고
폭풍우를 지나고 나면
높은 가을 하늘 아래
탐스러운 열매가 가득하리니

지금 나무를 심는 사람은
늦은 봄처럼 살아가면서
다른 여름과 가을을 기다려
또 하나 새로운 열매를 기다려야 하려니와

아침에(2)

이른 아침
우거진 녹음이 기도원 창문을 기웃거릴 때
가만히 그의 모습을 살펴보니
군데군데 때 이른 낙엽이 섞이었다
여름이 채 가시지 않은 가을의 먼발치에서
어느새 낙엽이라니

그럴 리가?
내 눈을 의심하며 낙엽을 바라보고 있었는데

아!
그것은 낙엽이 아니었다
막 익기 시작한 나무들의 열매였다
그러면 그렇지....

울울창창 녹색의 나무들은
모두 열매를 맺고 있었다

큰 나무 작은 나무
굵은 나무 가느다란 나무
늙은 나무 젊은 나무
무릇 생명이 있는 모든 것은
몸에 그 열매를 맺고 있었다

앗불싸
부끄러워라

바라보고 있는 서로의 모습 중에
아직 열매를 준비 못한 것은
단풍인 듯 눈속임하며 얼굴을 붉히고 있는
나의 모습 뿐이 어니와
........................................................
*일영 연수원에서
서울엠마오가는길 25기(여)가 있었습니다.

아침에

아침은 주님의 선물이다
어두움을 밝히는 빛으로 인하여
어두움을 깨달을 수 있다

미래도 없고 희망도 없는 어두움과
빛을 밝히기를 거절하는 불순종은
아침을 맞이할 수가 없다

흑암이 깊은 곳에 빛이 있어
깊음과 흑암을 보게 하리니
주님의 은혜로
................................................
*창세기 1장의 묵상


0023

2008년 8월 23일 토요일

空想

잔잔한 호수에 떨어지는 솔잎의 흔적처럼
아주 작은 아픔에도 크게 물결치는
내 마음의 작은 낚시터

가까스로 평형을 이룬
조용한 물가에

소금쟁이 은근슬쩍
큰 물결을 만들어

자칫
大魚(대어)들의 游泳(유영)을
감추어 버리면 어쩌나

새삼스리(6)


우르르 쾅쾅
금방 천둥번개를 치며 큰 우박이 떨어지다가도
이내 밝은 미소의 둥근 해가 나타나는 하늘

무섭다가도 정답고
깊은 어두움에 묻혔다가도
다시 밝아지는 하늘

하늘이 용서한 것이 아닙니다
못본 것도 아닙니다

사랑으로
그냥 오래 참고 기다리는 것 뿐입니다

우리가 쳐다보는 그 하늘은
사랑이시기에
...................................................
*고린도 전서 13장

밤이 깊으면

  밤이 깊으면 새벽이 찾아온다 적당히 휴식하고 다시 일을 계속하라고 삶은  구경하는 곳이 아니다 그 삶을 위하여 열심히 노력을 해야된다 그것이 아름다운 삶의 모습이다 2016.6.5.